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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t 스크루에 화물 기사 사망…열 달 지나도 "네 탓"

<앵커>

지난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60대 화물차 노동자가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화물차에서 떨어진 2톤짜리 중장비에 목숨을 잃은 겁니다. 그런데 그 사고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그 사고가 왜 일어난 거고, 또 누구의 책임인지 알지 못합니다. 위험한 일터에서 일해야 하는 40만 화물차 노동자들의 문제, 지금부터 집중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최선길 기자, 조윤하 기자가 함께 전해드립니다.

<최선길 기자>

지난 2018년 12월, 이곳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채 안 된 지난해 9월, 60대 화물차 기사 이상수 씨도 사고로 숨지면서 책임을 따져 묻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노웅래/민주당 의원,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 과적만 안 했어도, 유도수만 있었어도, 물건 고정만 했어도 이번 사고는 없었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열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구의 잘못인지 알지 못합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숨진 이상수 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사고 당일 현장에는 7명이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사고의 진실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사고 당시 CCTV 영상입니다.

화물차에는 석탄 운반장비인 대형 스크루들이 실려 있습니다.

정비소로 옮기려고 실어놓은 건데, 출발 준비를 하던 이 씨가 운전석에서 내립니다.
 
뭔가 문제가 생긴 듯 다른 작업자들과 한참을 살피더니 이 씨가 결박한 줄을 잡아당깁니다.

그 순간 2톤짜리 스크루 한 대가 굴러 떨어져 이 씨를 덮칩니다.

사고 당시 이 씨 옆에 있던 이들은 태안화력과 A 사, B 사 직원이었습니다.

태안화력은 정비를 A사에 맡겼는데, A사는 스크루를 지게차로 들어 올려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다시 B사에 맡겼습니다.

그리고 스크루 운송 작업은 개인사업자인 이 씨가 담당했습니다.

태안화력 측은 A사에 일을 맡겼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청, 재하청을 받은 A사와 B사는 사고에 대해 입을 닫았습니다.

[A사 관계자 : 사고에 관련해서는 취재에 대해서 전혀 (대답을) 안 하시겠다고….]

사고 원인이 짐을 싣는 과정의 문제인지, 결박작업의 문제였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A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화물 결박작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고, 이 씨가 A사 소속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이승희, CG : 류상수·서승현·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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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하 기자>

이 씨는 사고 당일 작업 요청을 받고 일하다 숨졌지만, 작업에 관여한 회사들은 모두 사고 책임을 피하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씨가 자차를 운전하는 개인사업자, 즉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또,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적재된 화물이 떨어지지 않게 결박작업을 하는 건 화물차 기사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화물차 기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화물차 기사 강경태 씨.
 
운송 전 짐을 결박하는 작업은 늘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강경태/화물차 기사 : 합판 싣는 차들은 이 높이를 차 높이만큼 싣는단 말이에요. 그럼 비 오면 천막 쳐야지, 그물망 씌워야 하잖아요. 뭐 날리니깐. 그런 거 할 때가 위험하죠. 차가 높으니까. 다치면 나만 손해죠.]

상하차 작업은 화물차 기사의 업무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운송과 상하차, 결박 등의 작업이 명확히 구분돼있지 않습니다.

[화물차 기사 : 어느 회사는 "와서 봐 달라, 됐느냐, 신호를 해라" 이런 데가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내가 짐 실으러 가서 그걸 안 할 수가 없단 말이지, 현실적으로.]

고 이상수 씨 사고 영상을 본 기사들은 상차 작업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조용일/화물차 기사 : 결박할 때 (애초에 물건을) 잘못 실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거예요. 그것도 (산재에) 같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어차피 잘못 실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 큰 물건을 우리가 손으로 옮겨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는 없잖아요.]

부실하게 상차된 물건을 결박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사고 책임을 이 씨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강동헌/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국장 : 사고가 애초부터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적재물을 위험한 상태로 상차했기 때문인 거죠. 외국 같은 경우는 그런 동그란 원형의 물체를 실을 때 별도의 나무상자에 넣어서 적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은  이 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해달라며 다투고 있습니다.

[전준철/유족 측 노무사 : CCTV 영상만 보더라도 A사 소속의 근로자분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옆에서 화물트럭 기사님이나 다른 분들에게 실제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 게 영상으로 나오고. 이게 상하차 업무가 아니면 뭐가 상하차 업무라는 건지 의문스럽다는 거죠.]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과 노동청은 조만간 A사 대표 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김남성, 영상편집 : 원형희, CG : 강경림)      

[반론보도] 7월 7일 자 <2t 스크루에 화물기사 사망…열 달 지나도 "네 탓"> 관련

본 방송은 지난 2021년 7월 7일 8뉴스에서 화물기사 사망사건 관련하여 사망한 운전수 이 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고, A회사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회사 측은 "이 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아니고, 사고 직후 유족과의 논의를 통해 합의를 마쳤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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