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앞바닷속이 골프공 때문에 엉망이라는 제보가 왔습니다.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수많은 골프공들 때문에 이쪽 바다를 '골프공 무덤'으로 부를 정도라는데 최근에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먼저 이 골프공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한성희, 신정은 두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한성희 기자>
강원도 강릉의 한 해변.
'골프공이 잔뜩 쌓여 있다'는 곳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SBS 수중취재팀이 수심 12m부터 33m까지 4곳에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바다 생태계를 위해 넣어둔 구조물인 인공어초 사이와 주변에 골프공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형형색색 무더기로 뭉쳐 있기도 합니다.
골프공들을 수거해봤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건져 올린 골프공인데 이만큼이나 됩니다.
취재진이 막 건져 올린 골프공입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가라앉은 지 꽤 돼 보이는 헌 골프공들이 있는가 하면, 가라앉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새 골프공이 있습니다.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이 해역이 '골프공 무덤'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다이버 : 한 1~2분만 주워도 주머니에 꽉 찰 정도로, 40~50개는 주워나오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골프공이 어떻게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다이버 : 이게 왜 있을까 항상 궁금했거든요. 다른 데 가도 계속 있어서….]
우선 주변에 골프장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해안가에서 1~2km 떨어진 곳에 골프장 2곳이 있었습니다.
한 곳은 공군 골프장이고 다른 한 곳은 민간 골프장입니다.
하지만 해안과 제일 가까운 홀에서도 바다까지는 수백 미터 거리였습니다.
두 골프장 모두 경기 중 골프공이 바다까지 날아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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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기자>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스킨스쿠버 다이버를 만났습니다.
20년 전 처음 이곳에서 다이빙을 했을 때도 골프공을 봤다고 합니다.
[다이빙업체 대표 : 20여 년 전부터 골프공이 포인트에 계속 있었습니다. (다이버들이) 주워 나와서 자기 연습 공으로 쓰는 분들도 있고….]
민간 골프장은 10년 전에 생겼고, 공군 골프장은 40여 년을 운영해 왔습니다.
공군 측은 SBS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닷속 골프공은 금시초문이었다고 말합니다.
[공군 담당자 : 이때까지 골프장을 40년 운영을 했는데요, 골프공이 바다 쪽으로 유실됐다는 내용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해변에서 골프 연습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귀띔합니다.
[공군 담당자 : 간혹 해안가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 목격을 하거든요. 여러 명이 와서 드라이브 채도 치고, 벙커 연습한다고….]
취재진은 추가로 골프공을 수거해 확인해 봤습니다.
이름과 서명이 새겨진 공 사이에 공군부대 표식이 선명하게 남은 공이 발견됐습니다.
공군 골프장의 공이 수백 미터 떨어진 바다까지 흘러들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역 배수시설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공사 측은 배수로를 통해 골프공이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골프장 안에 해저드로 쓰이는 하천이 있는데, 거기 빠진 골프공이 바다로 연결되는 배수로를 통해 흘러갔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유종상/한국농어촌공사 부장 : 18비행단이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관리는 군에서 해야하지 않을까….]
취재 내용을 제시하자 공군 측은 골프장 내 하천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하천에 골프공을 걸러내는 망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설민환, 영상편집 : 전민규·소지혜, 수중안전 : 박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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