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바꿔야 할 것은 사법체계뿐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군대에서 있었던 또 다른 성범죄 사건을 취재해봤더니 군 인사관리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김아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2년 전 육군 대령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휴직했던 한 여군의 인사 기록입니다.
군인 인사관리시스템인 국방인사정보체계에 남아 있는 근무 경력 내용인데 지난해 휴직한 사실과 함께 사유란에는 군인사법 48조 1항 4조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법 조항을 살펴봤더니 성폭력 피해자로서 치료가 필요해 휴직을 신청한 경우 이를 명한다는 내용입니다.
해당 여군이 성폭력 피해를 겪었음을 사실상 명시한 것입니다.
[피해 여군 동기 (전역) : 이 친구 부대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인사 권한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어요. 이것도 2차 가해인 거잖아요. 다 알아요. 그 친구가 피해자인 걸.]
피해자가 부대를 옮겨도 기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숨진 공군 A 중사가 호소했던 것처럼 2차, 3차 가해 가능성에 늘 드러나 있는 셈입니다.
[피해 여군 동기 (전역) : 어느 부대를 가든지 다 따라오는 거예요. 다른 부대를 가면 그 부대의 대장님, 인사과장, 지원과장 다 볼 수 있어서 '아, 얘 성폭력 피해자네, 걔구나' 군 생활 끝날 때까지 다 따라다니는 거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휴직과 복직을 명령한 문건에도 성폭력 휴직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인사 기록 곳곳에 피해 사실을 남겨놓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방혜린/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 : 피해자 입장에서는 2차 피해가 우려되어서 신고나 어떤 제도를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요. 피해자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재정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군 성폭력 피해자 매뉴얼에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 신분을 노출하거나 피해자 전출 시 소문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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