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일하던 간호직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가운데 코로나로 2년째 격무에 시달렸고, 특히 최근 맡은 업무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성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 동구보건소의 간호직 공무원 A 씨가 지난 23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머리가 멈추고 마음이 힘들어 판단력이 사라졌다"고 호소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일 자기 순서가 아닌데 코호트 격리된 병원 관리를 처음으로 맡게 된 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료와 상사에게 정신적 압박감을 토로하고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숨지기 전날 밤에는 포털사이트에서 우울증과 두통, 뇌출혈, 공무원 극단적 선택 같은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숨진 간호직 공무원 남편 : 업무를 맡은 이후로는 새벽 1시 2시가 돼도 제대로 못 잤어요. 스트레스가 좀 많이 있었던 편이었다. 그 정도로 생각했어요.]
숨진 A 씨는 올해 초과근무만 363시간, 정규 근무 외에 매달 70시간 넘게 일을 더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호직 공무원 상당수가 보건소 기본 업무 외에 검체 채취와 확진자 역학조사, 자가격리자 점검 일까지 맡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선 백신 접종에 감염대응팀 파견 등으로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계 상황에 놓인 간호직 공무원들의 명예퇴직과 병가, 휴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간호직 공무원 : 50 넘은 사람들은 명퇴 계속해서 나가고 아기 때문에 안 되는 사람들은 육아휴직 들어가고 안되면 간병휴가라도 해서 들어가요.]
정부는 이달 안에 전국 보건소에 700명을 추가 고용하고 지자체 행정인력도 보건소에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