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우한연구소 연구원들 아팠다…박쥐 배설물 치우던 광부들 사망"
월스트리트저널은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튿날인 24일 보도에서는 "2012년 박쥐 배설물을 치우러 구리 폐광에 들어갔던 광부 6명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이들 중 3명이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과학자들이 광부들을 상대로 여러 종류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이 현재 해당 폐광 근처에 검문소를 세우고 언론을 포함한 외부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발언도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것입니다. 파우치 소장은 그동안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때문에 이번 발언은 그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가 100% 알지 못한다"며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2단계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미국 전 정권 유력 인사들이 연구소 유출설을 거듭 주장한 데다, 마침내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19 기원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연구소 유출설이 힘을 얻어가는 형국입니다.
중국 "미국, 정치 농간 부리려 해…동기 불순하고 심보 사악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일부 인사들이 진실 운운하면서 정치 농간을 부리려 한다"며 "코로나19 말만 꺼내면 중국을 음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는 WHO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무시하는 일"이라면서 "미국도 중국처럼 WHO 전문가를 초청해 미군 포트 데트릭 생물 실험실 등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트 데트릭 실험실은 2019년 7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명령으로 폐쇄된 실험실로, 중국은 이곳을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로 의심하며 우한연구소에 대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2019년 7월 이 실험실과 가까운 양로원 2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6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초점을 맞추도록 다시 선동하고 있다"며 "동기가 불순하고 심보가 사악하다"고 했습니다. 2019년 11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3명이 아팠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는 가짜뉴스이고, 연구소 유출설은 이미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쥐 관련 바이러스 전문가로 '박쥐 여인'이라고까지 불리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박사도 "WHO 조사팀 현장 조사 당시 연구소 직원 전원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적극 반박했습니다. 연구소 코로나바이러스팀에서 이직한 직원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조사를 지시한 시한은 오는 8월 초까지입니다. 미국 정보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은 물론,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할 수 있습니다. 또 그동안 친중 행보를 보여 왔다고 평가받는 WHO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