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화장지 품귀…흉기로 배달원 위협하고 화장지 600롤 빼앗아
용의자들은 창고 노동자 호 모 씨(27세)와 운송 노동자 리 모 씨(34세), 철강업자 리 모 씨(30세)였습니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른 시점은 홍콩에서 코로나19가 막 확산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생필품이 부족해질 것이란 소문이 온라인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고, 도시 전역의 상점에서 화장지가 동이 났습니다. 상점들은 1인당 살 수 있는 화장지 한도를 정해 팔고 있었습니다. 호 씨는 화장지 배달원에게 먼저 다가가 몇 시에 슈퍼마켓이 문을 여는지 물었고, 1분 뒤 흉기를 들고 다른 2명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흉기로 배달원을 위협한 뒤 미리 준비한 카트에 화장지 600롤을 싣고 달아났습니다.
신고를 받은 홍콩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CCTV 등을 바탕으로 슈퍼마켓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건물에서 어렵지 않게 용의자들을 검거했습니다. 도난당한 화장지 600롤도 모두 회수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시간 반 만이었습니다.
피고인 "귀중품 훔치지 않았다"…법원 "당시 화장지 가치는 시장 가격 이상"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범행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흉기를 들고 있었고 미리 카트까지 준비한 정황 등을 봤을 때 계획된 범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화장지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었던 만큼 단순히 시장 가격만으로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3월 11일 호 씨 등에게 징역 4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들은 28만 원어치 화장지를 훔친 죄로 3년 넘게 교도소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각국에서 코로나 '사재기'…CNN "코로나19가 인간성 바닥 드러내"
비단 홍콩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호주에서는 화장지를 두고 칼부림까지 벌어졌습니다. 선진국이라 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보였습니다. 요즘은 코로나19 백신을 놓고 부유한 나라들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종식보다 이성과 인간성의 회복이 먼저 이뤄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