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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낮 술판 · 김영란법 위반' 혐의 방사청장…국방부는 무엇하나

[취재파일] '대낮 술판 · 김영란법 위반' 혐의 방사청장…국방부는 무엇하나
뉴스타파는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기자들과 대낮 술판을 벌여 김영란법을 위반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업무추진비 내역을 허위로 기재해 공시한 의혹이 있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습니다. 보도대로라면 강은호 청장은 고위공직자로서 품위를 심대하게 훼손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 큰 누(累)를 끼쳤습니다.

이에 강 청장이 한때 낙하산 논란 속에 소장직에 도전했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노조는 ADD의 감독기관인 방사청 수장의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며 강 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검찰과 경찰, 국방부 민원실에 강 청장을 고발했습니다.

ADD 노조의 집회, 활빈단의 고발이 아니더라도 공공연히 사실을 밝혀 죄는 처벌하고 억울한 일은 풀어야 할 이유가 상당한 사건입니다. 방사청은 매년 수십조 원을 집행하는, 그래서 고도의 공직기강과 청렴이 요구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방사청과 국방부의 시각이 상당히 이상합니다.

방사청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대낮 술자리는 공식적인 간담회이고 업무추진비 내역 공시는 허위가 아니라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방부는 "방사청은 독립적 기관이어서 언급할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방사청 모두 유감 표명에 인색했습니다.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사실이 그러한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 12월 31일 점심시간 용산구청 뒤편 한정식집에서…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강은호 방사청장과 신임 대변인, 기자 등 4명은 지난 12월 31일 서울 용산구청 뒤편 한정식집의 룸에서 오찬을 했습니다. 홀에서는 수행비서와 기사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총비용은 31만 8천 원입니다.

이중 수행비서와 기사는 2만 3천 원짜리 점심 정식을 먹었기 때문에 룸에서 식사한 4인의 음식료 비용은 27만 2천 원입니다. 1인당 6만 8천 원으로, 김영란법 저촉 기준을 2배 이상 초과했다고 뉴스타파는 지적했습니다.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입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방사청장 회식 영수증…소주 3병과 맥주 6병도 결제됐다.

뉴스타파가 해당 오찬의 영수증을 확보해서 봤더니 이들은 소주 3병과 맥주 6병을 마셨습니다. 정확히 폭탄주의 구성입니다. 정상 근무일의 점심시간에 폭탄주 수십 잔이 돌았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는 시점에 4인으로 맞추기는 했지만 고위공직자의 폭탄주 오찬은 그 자체로 품위와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술자리가 끝난 시간도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31일은 강은호 청장이 취임한 지 나흘째 되는 날입니다. 방사청 내부 살림 들여다 보기도 바빴을 텐데 특정 기자와 술자리를 한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기자는 최근 강 청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썼다"고 전했습니다. 작년 11~12월 강 청장이 돌연 ADD 소장직에 도전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는데 그때 강 청장을 추켜세우는 기사를 쓴 기자라는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강 청장 지시로 기자 접대가 추진됐다"며 술자리의 부적절성을 꼬집었습니다.

방사청은 이날 회식의 목적을 '홍보 및 공보업무 담당자 격려'라고 공문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참석자도 6명이 아닌 8명으로 2명 늘려 적었습니다. 사실과 다른 공문서를 작성해 공시한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1인당 접대 금액이 과도하게 나와서 인원수를 허위로 늘린 점을 방사청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정상적 오찬, 공문은 직원 실수"라는 방사청

방사청에 입장을 물었습니다. 방사청 대변인은 지난 25일 "모 매체가 보도한 모임은 청장 취임 이후 언론 분야 소통 강화를 위해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여 시행 중인 공식적인 소규모 단위 간담회 행사이다", "홈페이지에 잘못 공지된 내역은 담당자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로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아무 잘못도 안 했다는 투입니다.

방사청장이 새로 취임해서 기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고 했습니다. 낙하산 논란 속에서 우호적인 기사를 써준 기자라면 만남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고위공직자의 자세입니다. 대낮 술판은 더욱 경계할 일입니다. '소통 강화', '공식적 간담회'라고 둘러댈 수 있는 사안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접대를 홍보 및 공보 담당자 격려라고 적은 공문서를 직원 실수로 봐야 할지도 의문입니다. 뉴스타파 보도에는 "청장님하고 비서실장, 대변인 등 4분이 룸에서 드시고, 저랑 수행직원, 비서, 기사 등 4명은 홀에서 먹었어요"라는 방사청 대변인실 직원의 말이 나옵니다. 이 직원은 12월 31일 오찬에 가지도 않았으면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공문서도 실수가 아니라 그저 속임수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방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서욱 장관과 강은호 청장

● "말씀드릴 사항 없다"는 국방부

서욱 국방부 장관, 대변인실에도 여러 번 입장을 물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추가로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규정하는 대통령령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국방부의) 소속기관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업무의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들은 "국방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12월 31일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관여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령은 방사청을 국방부와 따로 떼어 독립 기관이라고 규정한다지만 대통령령의 상위 법과 하위 규칙은 국방부와 방사청의 밀접성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조직법은 "국방부 장관 소속하에 방위사업청을 둔다"라고 규정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국방부 소속 기관입니다. 국방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통해 장관은 방사청장을 지휘할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 말대로 방사청은 국방부의 독립 외청이지만 국방부의 방사청 감사도 가능합니다. 법제처는 2008년 4월 "국방부 장관은 방사청에 대한 부분 감사를 할 수 있고, 종합 감사의 경우에도 법리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했습니다. 국방부는 방사청장의 12월 31일 행동에 대해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라며 남의 일 대하듯 말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규명해야 합니다. 재차 강조하건대 방사청은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국방부 소속 기관입니다.

국방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2조 3항에 따르면 청장은 사회적 물의가 있는 일, 중요한 민원사항과 그 처리 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강 청장이 비위 의혹을 스스로 조사해 장관에게 보고하든지 장관이 어디에라도 조사를 지시하는 것이 관련 법과 규칙의 정신에 부합합니다. 활빈단이 발 빠르게 강은호 청장의 김영란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국방부 민원실에 고발했으니 국방부 감사 또는 조사의 시발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국방부는 무력함을 토로할 뿐 요지부동입니다. 12월 31일 방사청장의 사건을 덮고 싶은 게 국방부 속내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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