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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청 3층엔 '시장' 아빠, 2층엔 '군인' 아들

<박찬범 기자>

경기도 구리시청에서 군 복무를 하는 한 이등병이 있습니다.

시청 청사 예비군 지역대에서 복무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까 이 군인의 아버지, 안승남 구리시장입니다.

<한성희 기자>

안 시장 아들은 시장실 바로 아래층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데,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 시장 아들이 어떻게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일하게 된 것인지, 특혜로 의심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현장 취재했습니다.

군인들이 건물에서 나와 짐을 나릅니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상근예비역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안 모 이병, 안승남 구리시장의 아들입니다.

안 이병/안승남 구리시장 근무지

시장 집무실은 시청 3층인데 한 층 아래에서 일과를 보냅니다.

안 이병은 지난해 11월 입대한 뒤 이곳에 배치됐습니다.

상근예비역은 집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거주지 위치와 교통편을 고려해 복무지가 결정됩니다.

안 이병 소속 부대는 여기에다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안 이병/구리시장 아들 : 제일 가까운 데니까, 아무래도 상근들은 배치받을 때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보내니까요.]

하지만 안 이병 집 주변에는 시청보다 가까운 상근예비역 근무지가 3곳이나 더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주민센터는 도보로 5분 거리입니다.

게다가 이 주민센터는 안 이병이 시청에 배치될 시점에 인력 충원이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안 이병 대신 다른 군인이 배정됐는데, 걸어서 50분 걸리는 지역에 사는 병사였습니다.

[교문2동 주민센터 예비군 담당자 : 전역하는 병사가 있어서 '아 잘됐다. 우리 병력 하나 보충 받는구나' 그랬는데, 의외로 '멀리서 왔네' 했어요.]

안 이병과 소속 부대는 군 복무와 관련해 어떠한 특혜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찬범 기자>

지난 19일, 안 이병의 퇴근길.

[나왔어요!]

한 예비군 간부가 직접 운전을 하며 동행하는데, 구리시 예비군 지역대장입니다.

목적지는 안 이병의 집 앞이었습니다.

지역대장은 5급 군무원으로, 구리시 예비군 지휘관 가운데 연공서열이 가장 높습니다.

최상급자가 하급 병사를 차로 퇴근시켜주는 이례적인 상황.

한 번쯤 배려해줄 수도 있다고 보고 차 태워준 이유를 물었습니다.

[김 모 씨/예비군 지역대장 : (사는 곳이) 같은 ○○아파트더라고요. (눈이 많이 와서) 그래서 걸어가기가 위험하기 때문에 한 번 해준 거죠.]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구리시청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상근예비역 전원이 선별 검사를 받던 날, 여러 선임병들이 보는 앞에서 안 이병은 똑같은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안 이병의 퇴근길

비가 오는 날은 안 이병이 사는 아파트 공동현관문 앞까지 데려다줍니다.

[비 오니까 저기 내려주네.]

저희 취재진이 며칠째 퇴근길 모습을 지켜봤는데요, 시장 아들 안 씨는 저녁 6시가 지나면 상관인 지역대장의 차를 타고, 보시는 것처럼 함께 퇴근을 합니다.

안 이병의 퇴근길

지역대장 김 씨와 안 이병의 퇴근길 동행은 나흘 동안 계속됐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일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안 이병은 그런 일 없었다고 말합니다.

[안 이병/구리시장 아들 : 사실 아닙니다. 제가 뭐 집 앞이다 보니까 다들 그런 얘기가 나온 거 같은데….]

예비군 지역대는 지역 예비군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각 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예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구리시 안전총괄과 담당자 : 저희가 금액이 매년 비슷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검토 보고 결재를 받고 나가는 것이죠.]

안승남 구리시장은 아들의 시청 복무는 군에서 결정한 것이고, 근무 중 특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SBS는 내일(28일)과 모레, 구리시 재개발사업과 인사 채용을 둘러싼 의혹들을 이어서 보도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황지영·전민규, CG : 최진회·박성현, VJ : 이준영) 


[반론보도] <구리시장, 아들 병역특혜 의혹> 관련

본 방송은 지난 1월 27일 <8뉴스>, 28일 <나이트라인>, <모닝와이드> 프로그램에서 <구리시청 3층엔 '시장' 아빠, 2층엔 '군인' 아들>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승남 시장은 "상근예비역 대상자 선발 권한과 부대 배치 권한은 구리시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관할 군부대의 장에게 있어 인사상 특혜는 없었고, 지역대장과 아들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사정에 의하여 퇴근길에 동승하였던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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