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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취업 힘들어도 중소기업은 싫어요"

김창규│입사 21년 차 직장인. 실제 경험을 녹여낸 회사 보직자 애환을 연재 중

[인-잇] "취업 힘들어도 중소기업은 싫어요"
걱정이다.

우리 회사의 위탁업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제대로 해내지를 못하고 있어서다. 그러니 서비스의 정시성도 문제지만 기존 직원들의 근무가 과다해지면서 사고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어 관리자 입장에선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이런 이유로 난 최근 협력업체를 잇따라 방문해 사장님들에게 구인 독촉을 하고 있다.

"구인 활동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사방팔방 구인을 하고 있는데 영 연락이 오지 않네요. 우리나라 사람들 글렀어요. 그렇게 취업준비생, 노는 사람이 많다는데 이런 일은 안 하려고 하니 말이에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옆에 배석했던 관계자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나라에서 실업급여를 막 퍼주는데 누가 일을 하겠어요. 전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어요. 일을 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글쎄 자신을 잘라 달라고 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그 이유를 확인해 보니 그 친구 실업급여 받으려고 여기에 잠깐 취직한 거더라고요. 요즘 애들이 그래요 어휴…."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최근 5년간 5회 이상 반복해서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1만 2천850명에 달했대요. 실업급여 수급 조건인 180일 정도 근무하고 퇴사해 최소 120일간 실업급여를 받는 행위를 다섯 번 넘게 반복한 사람이 1만 명 이상이라는 얘기죠. 이뿐 아니라 5년 사이 2회 수급자는 28만 2천467명, 3회는 5만 8천245명, 4회는 1만 4천772명이나 됐답니다. 그러니 지급액이 2016년 516억 2천100만 원에서 지난해 1천135억 6천500만 원으로 두 배 넘게 늘 수밖에요."

"어이구. 근로 의욕 떨어지네. 내 세금도 아깝고. 열이 확 받네요. 아니다. 부럽다, 부러워. 나도 그
사람들처럼 몇 달 동안 무위도식 할 수 있으면 좋겠네."

난 이들의 성토를 듣다가 원론적으로 "어떻게든 사람을 구하시라. 사람까지 우리가 구해줄 수 없다"고 당부한 뒤 미팅을 마쳤다. 이후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곰곰이 왜 구인이 안될까 생각해 봤다.

'애들이 곱게 자라 힘든 일은 못한다. / 대부분 고학력자이니 누가 체면 깎이는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 코로나 때문에 위험해서 일 수도 있다. / 나라에서 돈을 줘서?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하루살이가 아닌 이상 뭔가를 해야 할 텐데.'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가 정말 고프면 뭐라도 먹을 수밖에 없듯이 경제적으로 절박하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인데 고학력자라서, 곱게 자라서, 위험해서 등의 이유로 젊은이들이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다. 게다가 우리 일은 고생은 하지만 돈은 분명히 되는데 말이다. 정말로 배가 불러서인걸까?

그러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사장님과 만나자 마자 바로 "인력 구인 어떻게 되고 있어요?"하고 물었다. 또다시 "일할 사람이 없어요"라는 답변을 예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여기 사업장은 그래도 인력이 충원이 되고 있다는 것. 나는 비결을 물었다. 사장님은 웃으시면서 "내가 잘해주니까요"라고 간략히 대답해주었다. "잘해준다!!!" 오호, 그렇다. 촌철살인 같은 답변이다. 정말 이것이 어려운 일을 하는 사업에서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런 기사를 봤다.

김 모씨는 작은 시공회사에 입사했지만 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밥 먹듯 하는 야근, 주말도 쉬지 못하는 근무 환경과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다 결국 회사를 그만 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그는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지만 비인간적인 처우에 크게 실망했다"며 "대기업과 달리 사회의 감시망에서 떨어져 있어 부조리한 대우가 더욱 만행해 있다"고 말했다.

이 모씨는 "대기업 하청에만 매달릴 뿐 기술력 확보 등에 노력하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급여는 적더라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잘해준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복합되어 있다. 인간적 혹은 경제적으로 잘해준다는 뜻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의미로는 "상대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성껏 노력한다"는 거다. 상대가 바르게 성장하려면 우선 자신의 사업장 내 기업문화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위의 기사에 있는 것처럼 내 사업장에 새내기들에 대한 갑질은 있는지, 과거 군대 조직 같은 구시대 기업문화가 잔존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하여 젊은이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이 부조리한 것들을 일단 없애야 한다. 또한 고용주들은 정성껏 노력해야 한다. 무슨 노력? 당장은 근무환경이 열악하지만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 및 실천, 본인부터 탈권위(이것에 입각한 소통), 이 일을 계속하면 향후 무슨 비전이(어떤 일이든 장점은 있다) 있는지를 직원에게 명확히 제시하는 일이 그것이다.

또 다른 사업장에 왔다. 인력 구인에 대해 물어보니 그 사장님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젊은이들 포함하여 일을 안 하고 놀고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욕을 해 댔다. 나는 반박했다.

"사장님 잘못은 없을까요? 혹시 사장님이 이 조직을 잘못 운영하고 직원 관리를 잘 못 해서 사람을 못 구하는 것 아닌가요? 사장님이 인색하고, 사업장 지저분하고, 직원들끼리 반목한다는 소문이 지역에 쫙 퍼져 구직자가 여기에 오고 싶어도 안 오는 것이 아닌지 한번 살펴보세요."

물론 중소기업 혹은 소규모 사업장의 인력난을 해소 못하는 것은 사업주만의 문제는 결코 아닐 것이다. 분명히 취업준비생의 대기업 및 공무원 선호 현상, 문턱이 낮은 실업급여, 중소기업의 비전 부족이 그 근본적인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업장을 어떻게 하든 돌려야만 하는 사람들로서 이 같은 이유만을 탓할 수는 없다. 잠재적 입사자들에게 우리가 잘해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 사실 이같은 노력은 원청 회사도 반드시 같이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해 주는 협력 업체들이 구인난 때문에 멈추거나 머뭇거림이 없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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