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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뭐야, 뭐야" 비틀거리는 화염…행인들이 구해

새벽 3시 인적 없는 도로 위, 차 앞유리 너머로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지난 13일 새벽, 광주광역시 남구 도로 앞에서 30살 김보건 씨와 31살 이선아 씨,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외국인은 이 불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건 온몸이 불에 휩싸인 '사람'이었습니다. 50대 노숙인이 추운 바닥에서 몸을 녹이려 부탄가스 토치를 켰는데, 불꽃이 옷으로 번지며 순식간에 온몸으로 옮겨 붙은 겁니다.

블랙박스 영상 속, 이들은 멀리서 불꽃을 발견하자마자 "뭐야 불났어?", "뭐야 뭐야"라고 말하며 주저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김보건 씨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던 도중에 불길을 보게 됐다"며 "누가 쓰레기를 태우나 싶었는데, 보니까 사람 형태처럼 움직였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아무 생각 없었다. 바로 주차를 하고 달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 '담요'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갔습니다. 보건 씨는 "담요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며 "제 차에 소화기가 없다 보니까 일단 담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보건 씨는 담요를 들고, 여자친구는 담요 커버를 들고 노숙인 몸에 붙은 불을 그렇게 껐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한 외국인도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함께 불을 껐습니다. 보건 씨는 "그분도 아예 옷이 못 입을 정도로 타게 됐다"며 "'그분한테 정말 감사하다, 고생하셨다'고 말씀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동남아 출신인 외국인 같았는데, 그분도 그냥 웃으시면서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함께 현장에 옮겨 붙은 불도 진압했습니다. 화재현장 바로 앞에 카센터가 자리해 자칫 화재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19구급대에 곧 이송된 피해 남성은 양다리에 2도 화상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은 무사합니다.

보건 씨는 불 끄다 손에 물집 잡히고 옷도 그을려 못 입게 됐지만, 오히려 미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가 '자동차용 소화기'를 갖고 다녔더라면, 피해자 분도 피해를 덜 입었을 텐데, 그런 후회와 아쉬움도 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자동차용 소화기를 바로 구입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새벽, 홀로 스러져 비극으로 끝날 뻔한 사고. 지나치지 않고 달려와준 이들 덕에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구성 : 조을선 기자, 편집 : 차희주, 영상 : 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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