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발견 된 엄마의 시신…그 집엔 독촉장만 수북

<앵커>

이달 초 서울 서초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지 몇 달 돼 보이는 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노숙을 하던 30대 발달 장애인이 사회복지사에게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 집에 가보니 사실이었던 겁니다

보도에 김상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방배동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여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시신 부패 상태를 본 경찰은 A 씨가 질병으로 사망한 뒤 몇 달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A 씨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안 사람은 민간 사회복지사 정미경 씨였습니다.

정 씨는 지난달 초 이수 역 근처에서 A 씨의 아들인 30대 노숙인 B 씨를 처음 만났는데, 한 달 만에 가진 식사 자리에서 심상치 않은 말을 들었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 '우리 엄마는 휴대전화로 글자를 읽고 있었어요. 그러다 쓰러지고 어, 내 팔이 안 움직여' 라고 하시고 숨을 이상하게 쉬시고 다음날 가보니까 (숨을 안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들 B 씨는 장애인 등록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숨진 A 씨 집에는 이사 온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0개월 동안 밀린 건보료 독촉장이 있었고, 수도요금은 지난해 6월부터, 전기와 가스 요금도 미납 상태였습니다.

복지부는 각종 공과금 미납 등 30여 개 정보를 토대로 취약 가구를 파악해 각 지자체에 통보하는데, A 씨는 이미 기초수급자로 매달 주거급여 28만 원을 받고 있어서 통보 대상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정말 필요한 건 생계·의료 급여였지만, 아들의 부양 의무자인 이혼한 전 남편 동의가 필요해 A 씨는 신청을 포기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가족의 지인 집에 머무르고 있는 아들 B 씨는 최근 국가 긴급 복지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5월까지 생활비 지원을 받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