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유석동·이관형·최병률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1월 17일 밤 11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한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약 3m 구간을 운전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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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CCTV에는 A 씨가 차량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기어가 주행(D)인 상태에서 히터를 작동시키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이때 A 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직장 동료들이 운전석으로 몸을 집어넣어 A 씨를 끌어내려 했고, 그 과정에서 운전석 문이 열린 채 차량이 전진해 전봇대에 부딪혔습니다.
1심 재판부는 "대리기사를 부른 뒤 기다리다가 실수로 기어가 작동돼 차량이 움직인 것"이라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면서 "동료들이 A 씨를 끌어내리려 하던 와중에 실수로 차량이 전진하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고의로 운전한 것이 맞다"는 정반대 판단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음에도 차량에 승차해 엔진 시동을 걸었다"며 "A 씨가 아닌 직장 동료가 대리기사를 부른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사건 차량은 자동변속장치가 장착된 자동차로서 주차(P)에서 주행(D)으로 변속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기어 레버 손잡이에 위치한 버튼을 누른 채 당겨야 한다"며 "단순히 시동을 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변속 행위를 한 만큼 운전 의사가 내재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1심 판단의 근거가 됐던 대법원 판례도 A 씨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면서 "적어도 주차장에서 차량이 출발할 당시 운전할 의사는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운전할 의사로 기어 레버를 주행에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이상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 씨 자신이 진술한 것처럼 대리기사를 기다릴 목적으로 운전석에 앉아있다가 차량 난방을 켤 목적으로 시동을 걸었을 뿐이라면, 직장 동료들이 차량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A 씨의 팔다리를 붙잡고 내리게 할 이유가 없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매우 높았고, 일행들이 말리는데도 차량을 운전해 위험이 상당했다. 동종 전과로 이미 두 차례 처벌 전력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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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