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코뼈가 부러지고 정신을 잃을 만큼 마구 폭행했습니다.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피해 여성이 신고했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남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8일 새벽,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
30대 여성 A 씨와 실랑이하던 남성이 갑자기 주먹으로 A 씨 얼굴을 연달아 때립니다.
A 씨가 쓰러지자 이번엔 발길질을 시작합니다.
있는 힘껏 10여 차례 A 씨를 발로 차고 내려찍기까지 합니다.
정신을 잃은 여성을 질질 끌고 차에 태우는 남성.
A 씨의 남자친구 정 모 씨입니다.
A 씨가 가해자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한 A 씨의 집 앞 주차장입니다.
가해자는 이곳에서 A 씨가 기절할 때까지 얼굴과 목 부분을 집중적으로 폭행했습니다.
A 씨는 눈 주변 뼈와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당했고, 외상 후 스트레스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A 씨/데이트 폭력 피해자 : 그 일이 있고 눈물을 흘린 적이 없어요. 제가. 슬프다는 감정, 화난다는 감정, 아프다는 감정. 그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어요.]
경찰은 상해,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정 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데,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했는데, A 씨가 이를 거절해 폭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A 씨에게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로 계속 연락했는데, 지난달 21일에는 A 씨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A 씨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의 집과 정 씨의 집이 1km도 떨어져 있지 않아 찾아올까 두렵다"며 여러 번 경찰에 호소했지만 경찰은 "정 씨가 소환 조사에 응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하기에는 애매한 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찰 (A 씨 통화) : (정 씨가) 목발 짚고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찾아올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A 씨/데이트 폭력 피해자 : 그날 일을 생각하면, 보복을 (당할까 봐). 저는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구속된 상태가 아니니깐. 너무 무섭고, 두렵고. 집 밖으로는 잘 나가지도 못하고….]
경찰은 폭행이 있은 지 한 달 만인 지난 4일 사안이 중하고 증거인멸과 재범 우려가 있다며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승진, CG : 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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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 취재한 조윤하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피해 여성이 신고한 뒤에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것인데 요즘에 이런 데이트 폭력 신고 얼마나 되나요?
[조윤하 기자 : 2019년 한 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약 2만 건에 달합니다. 2년 전, 그러니까 2017년과 비교해 봤을 때 한 40% 정도 증가한 것인데요, 이 중에 입건된 것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데이트 폭력은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진다는 특수성 때문에 개인 간의 문제, 이런 식으로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유형을 좀 살펴보면 폭행이나 상해, 체포, 감금, 협박 같은 엄연한 범죄에 해당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특히 피해자들은 이걸 한 번 겪으면 이후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거나 섭식 장애나 알코올 중독 같은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이것을 개인 간의 문제로 다루기보다는 사회 문제로 접근을 해서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사실 데이트 폭력의 경우에는 피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조윤하 기자 :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행위가 데이트 폭력으로 의심된다, 혹은 내가 데이트 폭력의 당사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주변에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찰에 바로 신고도 하셔야 하고요, 그리고 또 데이트 폭력 중에서 성폭력을 동반한 경우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나 아니면 한국여성의전화 같은 피해자지원단체가 있는데 이런 곳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데이트 폭력의 특징이 이게 보복 범죄가 굉장히 잦다는 것인데 보복 범죄를 막기 위해서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것이 한 번 시작이 되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단호히 문제 제기를 하고 사회적으로는 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박기덕, CG : 강경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