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헬리콥터 조종사가 캘리포니아를 덮친 대형 산불을 진화하다 뭉클한 기적을 마주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6일 미국 ABC 등 외신들은 산불 지역 상공에서 불을 끄던 헬리콥터 조종사 댄 알파이너 씨가 '특별한 손님'을 만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민간 헬리콥터 회사 소속 알파이너 씨는 대규모 재난 대응에 나선 캘리포니아주 정부 요청에 따라 산불 진화에 동원됐습니다. 지난 8월 말 시작된 진화 업무는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두 달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느 때처럼 헬리콥터를 운행하던 알파이너 씨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너비가 40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창을 통해 '회색 부엉이' 한 마리가 들어온 것입니다.
푸드덕대며 날아다니다가 조수석에 착지한 부엉이는 커다란 눈으로 알파이너 씨를 쳐다봤고 알파이너 씨는 겁에 질려 "제발 나를 공격하지 말아줘"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이내 의아하고 신기한 마음으로 변했습니다. 비행 중인 헬리콥터는 새들보다 훨씬 빠르고,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바람은 성인 남성도 쓰러뜨릴 정도로 거셉니다. 이 때문에 헬리콥터 근처로 다가오는 새들은 대개 바람에 밀려 날아가거나 헬리콥터에 치여 변을 당하곤 했는데, 이 부엉이는 놀랍게도 헬리콥터 안으로 무사히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10여 분 동안 알파이너 씨가 불을 끄는 모습을 지켜보던 부엉이는 자신이 들어왔던 창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알파이너 씨는 부엉이가 헬리콥터에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날아간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했습니다.
알파이너 씨가 SNS에 게시한 부엉이 사진은 동료들과 비행 전문가들도 놀라게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보안관 사무실의 헬리콥터 조종사 조니 라이스 씨는 "몇 년 전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헬리콥터 가까이 다가왔다가 부딪혔는데, 그 충격이 너무 강해 앞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며 "새가 비행 중인 헬리콥터 안에 들어갔다는 일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알파이너 씨는 복권을 사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헬리콥터 운행 강사 매슈 다우디 씨도 "부엉이가 헬리콥터와 정확히 같은 속도로 날고 있다가 기회를 노려 창문으로 들어왔다는 것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사진이 없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이야기다", "부엉이가 산불을 꺼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다", "부엉이도 바깥보다는 헬리콥터 안이 안전하다는 걸 알았던 것 같다"는 등 신기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뉴스 픽' 입니다.
(사진='Sky Aviation'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