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일) 2부는 누가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이 말을 저희에게 해준 한 공익신고자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한 대학교수가 재직 중인 학교의 비리를 밝히겠다며 내부 고발을 했습니다. 교육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그리고 경찰에도 알렸는데 어떻게 된 건지 신고할 때마다 자기 신분이 노출되고 그 신고 내용까지 알려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먼저 임상범 기자 리포트 보시고 계속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김경한 교수가 학교 재단의 비리 관련 자료를 모아 은밀히 교육부를 찾은 건 지난해 5월.
그 직후 학교의 눈치 주기가 시작됐습니다.
신분이 노출된 것 아니냐고 따지자 교육부는 못 미더우면 권익위로 가라고 떠밀었습니다.
권익위에 다시 공익신고를 했더니 학교 측은 본격적으로 괴롭히기에 나섰습니다.
[김경한 교수 : 정신적 고통과 참담함에 대해서는… 참 힘든 과정이었다….]
권익위 담당자에게 따졌더니 고의가 아니었단 말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권익위 근무자 : 그쪽 실무하시는 분들이랑 대화하면서, 사실 불필요한 말인데 했을지는 모르겠는데…정말 죄송하고요. 제가 고의로 그렇게 한 건 아니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올 7월에는 학교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경찰은 고소장을 전달하면서 권익위 신고 내용과 과정이 담긴 부분까지 무심하게 그대로 넘겼습니다.
파면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 학교 측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김 교수는 올해 1월 공익신고자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권익위는 사실관계 파악 등을 이유로 8개월을 끌다가 이번 주에야 학교 측에 불이익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정상적인 삶은 이미 망가진 뒤였습니다.
[김경한 교수 :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시작한 건데, 이렇게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면 (남들에게) 공익제보하시라고 얘기하기가….]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된 사례는 국민권익위가 자체 확인한 것만 2014년 이후 13건이나 됩니다.
주로 공무원들이었는데 명백한 비밀보장 의무 위반인데도 훈계나 주의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습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임상범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권익위가 공익 신고자 보호 못 하나?
[임상범 기자 : 안타깝게도 권익위는 지금껏 신고자 보호에 상당히 인색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헌법상, 그다음에 관련 법상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한해서 인정을 해왔기 때문이죠. 최근 5년간 접수된 보호신청 192건 가운데 4분의 1도 안 되는 45건에 대해서만 원상회복이나 불이익 중단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Q. 익명 신고 사이트, 대안 될 수 없나?
[임상범 기자 : 취재 결과 대안으로 삼기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익명 보장이지만 뒤에서는 신고자 이름을 알려달라 이런 기관이나 기업들의 요구가 많고 을의 위치인 위탁업체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위탁업체 관계자를 만나서 실상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위탁 업체가 대행하는 한 공공기관의 내부 신고 사이트입니다.
누가 신고했는지 해당 기관이 도저히 알 수 없게 비실명 처리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 위탁 업체 한 곳의 관계자를 만나봤습니다.
실수나 부주의로 신고자가 노출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신고창구 위탁 업체 관계자 : 수작업으로 그 내용을 지우거든요. 개인정보를… 그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도 있을 수 있고….]
더 큰 문제는 기관이 신고자 이름을 알려달라고 은밀히 부탁해올 경우 위탁 계약을 맺은 대행업체가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신고창구 위탁 업체 관계자 : 이것도 사업이니까 거부하기 어렵죠.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니까….]
실제로 지난해 권익위는 위탁업체 전수조사를 벌였고 신분노출 사례 10여 건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신고 업무를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한 공공기관은 해마다 늘어 130곳이나 됩니다.
전문가들은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 신고제를 확대해서라도 외부 위탁 신고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설민환, 영상편집 : 박진훈·전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