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놓고 중국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겉치레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찬성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인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인 만큼 성대하게 치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직계 친족 외에도 결혼의 기쁨을 나누려는 사람이 많다' 등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 의견의 주된 논리는 '지방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 '차이리' 제한 논란 뜨거워…'차이리'가 뭐길래
이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뜨거운 건 '차이리(彩禮)' 비용입니다. '차이리'는 중국의 오랜 결혼 풍습 중 하나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주는 금품입니다. 결혼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건넨다는 점에서 우리의 예물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영문으로는 '신부값(bride price)'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남초 현상이 심한 중국 농촌 지역일수록 '차이리'를 주고 받는 풍습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 중국 인민일보해외판의 '중국 차이리 지도'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의 차이리는 20만 위안(3천4백만 원)+집, 상하이는 10만 위안(1천7백만 원)+집, 장시성은 15만 위안(2천6백만 원)~20만 위안(3천4백만 원) 선입니다. 차이리는 가축이나 차량, 물품으로 대신 주기도 하는데,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는 20만 위안(3천4백만 원)에다 집과 장신구를 함께 주고,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는 야크와 양을, 헤이룽장성의 농촌에서는 토지를 주기도 합니다.
이수이현이 속한 산둥성의 차이리는 3만 위안(520만 원)~15만 위안(2천6백만 원) 수준입니다. 이를 1만 위안(170만 원) 이하로 낮추라고 했으니, 논란이 없을 수 없습니다. 대체로 아들을 둔 집이나 남성은 찬성하는 쪽입니다. '오래된 관습이니 없앨 때가 됐다', '차이리 액수와 결혼생활의 행복은 무관하다'는 논리입니다. '차이리 때문에 결혼 후에도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한다', '아예 차이리를 신부 측에서 내게 하자'는 댓글도 있습니다. 반대로 딸을 둔 집이나 여성 측에선 반발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남녀 불평등과 남아선호 사상이 근본 원인'이라는 글에서부터 '이수이현 여성들은 앞으로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 남성과 결혼할 것이다', '신부를 사오는 값이 아니라 신부 측에 주는 선물이다'라는 댓글도 있습니다. '결혼 생활에서의 남녀 불평등을 감안하면 신랑 측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차이리보다 서로를 존중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댓글도 있지만, 이번 이수이현의 지침을 둘러싸고 중국에서 성별 대결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수이현은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지침은 일종의 제안일 뿐이라며 강제조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 중국 지방정부 '결혼식 지침' 잇따라 제시
중국에서 지방정부가 결혼 지침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 구이저우성 카이리시는 재혼일 경우 결혼 피로연을 금지했고, 지난해 허난성 푸양시는 도시의 경우 5만 위안(860만 원), 농촌의 경우 6만 위안(1천만 원)으로 차이리의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허난성 란카오현의 한 지역은 2018년 차이리의 상한을 2만 위안(340만 원)으로 정하면서, 심각하게 위반한 사람은 경찰에 신고해 인신매매나 사기죄로 처벌받게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중국 지방정부들의 기류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중앙정부가 허례허식, 관료주의, 사치풍조를 배격하는 '8항 규정'을 만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