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도로와 유실된 하천은 응급 복구되고, 토사로 범벅됐던 주택과 농경지도 전국에서 밀려든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속에 차츰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택 피해 이재민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사태나 급류에 집이 무너진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숙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을 제공하는데, 입주하려면 적어도 2주를 기다려야 합니다.
제천시 봉양읍 장평1리의 남 모(87) 할아버지 역시 벌써 한 달째 마을회관에서 생활합니다.
그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어 60년 넘게 살았다는 슬래브집은 지난 폭우에 못쓰게 돼 헐렸습니다.
남 할아버지는 2일 "(개울물이 역류해) 이불과 신발이 둥둥 뜰 정도로 순식간에 물이 차면서 흙더미가 밀려 들었다"며 "마침 아들이 와 있지 않았다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끔찍했던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근근이 먹고 사는 형편이다 보니 너무 막막하고, 마음을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며 "여기저기서 쌀도 가져다주고 이불도 갖다주고 (마을회관에서) 사는데 불편하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제천에서는 당시 전파 39건, 반파 37건의 주택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남 할아버지 등 19명이 정부가 지원하는 이재민 임시 조립주택을 신청했습니다.
임시 조립주택은 방, 거실, 주방, 화장실과 전기·상하수도 시설을 갖춘 24㎡ 규모의 컨테이너 하우스를 말합니다.
설치비용은 3천500만 원입니다.
이재민들에게 1년 무상(연장 가능)으로 제공되며 이후 감정평가 가격으로 입주자가 매입할 수 있습니다.
남 할아버지는 가진 게 없다며 벌써 조립주택 매입 비용을 걱정했습니다.
제천시는 이재민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추석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전문 제작업체가 제작 중인 조립주택을 이달 15일부터 기존 주택이 있던 자리나 부근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늦어도 20일 이전에 입주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제천에서는 지난달 31일 기준 봉양읍과 금성면 12가구 23명의 이재민이 9개 마을회관과 경로당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 관계자는 "전파·반파 피해 가구(76가구)의 상당수는 친척이나 지인 집 등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안다"며 "임시 조립주택 입주 신청을 하지 않은 이재민은 집을 새로 지을 생각이거나 이주를 결정한 경우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장평1리 마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