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정 집단이 가진 이 가격결정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공인중개사'입니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매물 정보와 값을 공유하고 허위·과장 매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피해가 이어지자 정부가 단속에 나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왜 이런 짬짜미를 하는 것일까요?
● 핵심은 '공인중개사 친목 모임'
겉모습은 평범했습니다. 친한 중개사들끼리 모여 해당 지역 혹은 아파트 이름 등을 따서 만든 모임,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뜨겁고 강력했습니다. 친목회 회원들끼리만 부동산 매물과 집주인 정보를 공유하고, 그것을 토대로 허위·과장 매물을 생산해 손님을 유인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는 집값 짬짜미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이 같은 짬짜미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사설 내부 공동거래망'입니다. 이 내부망을 통해 누가, 언제, 어떤 매물을 내놓았는지 등의 정보를 내부 회원들끼리만 폐쇄적으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가두리 영업'으로 불리는 그들만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느 공인중개사가 A라는 매물을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중개사는 친목회 소속 중개사들만 볼 수 있는 내부망에 이 A 매물을 올립니다. 다른 중개사들은, '집주인 동의도 없이' 이 A 매물을 그대로 올리거나 혹은 아파트 동·호수 혹은 가격 등을 바꿔 B, C, D 등 마치 새로운 매물처럼 올리기도 합니다. 아예 실체가 없는 저렴한 급매물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실수요자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이 허위·과장·급매물을 보고 중개사들에게 연락합니다. 소위 '미끼 매물'에 속은 것입니다. 중개사들은 A 매물을 이런저런 이유로 더 비싸게 중개하거나 혹은 다른, 더 비싼 매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에 관여한 중개사들은 '공동 중개' 명목으로 수수료를 나눠 갖습니다. 물론 일부 중개사 얘기이겠지만, <공인중개사 친목회 → 매물 정보·가격 공유 → 허위·과장 매물 생산 → 소비자 피해> 이런 연결고리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 매도인에게는 '낮게', 매수인에게는 '높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 성동구 주민 A씨는 집을 근처 공인중개사에게 10억 원에 내놨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참이 지나도 인터넷에 매물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개사에게 연락해 이유를 물었는데, 황당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중개사 친목회에서 정한 값이 9억 5천만 원이다. 그 상한을 넘으면 매물을 올려줄 수가 없다" A씨는 "집값을 왜 중개사들이 마음대로 정하느냐"라고 따졌지만 돌아온 답은 "친목회가 회칙으로 정해서 어쩔 수 없다. 다른 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이었습니다. A씨는 결국 중개사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수요자는 이 집을 9억 5천만 원에 사기 어려웠습니다. 해당 중개사는 매수인에게 "9억 5천만 원이라고 인터넷에 올리기는 했는데, 집주인이 10억 원은 받아야겠다고 말을 바꿨다. 내가 작업(흥정) 쳐서 9억 7천만 원까지 깎아보겠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 매물은 소수 중개사 의지대로 결정됐습니다.
● "저항하면 바로 쫓겨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내부 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지역 중개사들을 이끌어가는 소수가 있다. 대개 그 지역 오래 있던 중개사들로, 마치 '여왕벌'처럼 자기들 뜻대로 친목회를 이끌어간다. 허위·과장 매물도, 집값 상한도 그들이 주도해 관리한다. (집값이) 갑자기 많이 오르면 수요가 안 붙거나 규제·단속이 들어올 수 있어서 적정 범위 안에서 유지한다. 쉽게 말해, (집값이) 안정적으로 오르게 관리하는 것이다."
만약, 중개사들이 이 친목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공인중개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친목 모임에 저항하면 바로 쫓겨난다. 매물이나 집주인 정보를 받을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친목회 임원들이 주도해 노골적으로 따돌린다. 먹고살려면 (친목회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 중개 수수료 협상력 ↓…'집주인 인증'은 외면
이 같은 짬짜미의 또 다른 피해는 소비자들의 중개수수료 협상력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한 '9억 7천만 원 거래 매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중개사는 매도자에게는 "(친목회가 상한으로 둔) 9억 5천만 원보다 2천만 원 비싸게 팔아줬다"라고, 매수자에겐 "시세 10억 원보다 3천만 원 싸게 해줬다"라며, 중개수수료율을 협의 없이 최대로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같은 허위·과장 매물피해를 막기 위해 부동산 사이트에서는 '집주인 인증'이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말 그대로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의 가격과 정보를 집주인이 인증했다는 것으로, 허위·과장 매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집주인 인증' 표시가 없다면, 허위·과장 매물일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 성동구 주민들은 특정 친목회 중개사들이 '이 집주인 인증'을 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중개사 친목회에서 일괄적으로 '집주인 인증'을 안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인증해주면, 친목회 임원이 해당 중개사에게 압박과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 허위·과장 매물 통해 매도·매수자에게는 피해 주며 자기들 배만 불리는 것이 정당한 일이냐?"라고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또 다른 주민도 "'집주인 인증'을 안 해줘 어쩔 수 없이 그냥 중개사무소 1곳에 내놨다. 그런데 우리 집이 사흘 만에 20곳에 매물로 올라가 있더라. 19개는 허위 매물인 것이다. 남의 전 재산을 가지고 이렇게 장난쳐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 인증을 받기 위해 서울 성동구 주민이 인천과 남양주, 성남, 청주 등에 있는 중개사들에게 매물을 내놓는 웃지 못할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매도인과 함께 '집주인 인증' 요청을 거부한 공인중개사에게 다시 인증을 요구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매물을 내놓으면 우리(중개사) 물건이 된 것이다. 집을 홍보하고 광고하는 것은 우리(중개사) 역할이다. 그런데 왜 당신(집주인)이 우리한테 홍보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느냐. 자꾸 그러면 이 동네에서 물건 못 팔게 할 것이다"라고 역정을 냈습니다.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습니다.
● '단속·과태료 부과' 사흘 만에 허위매물 26% 감소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관련법을 개정했습니다. 지난 21일부터는 부동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5백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됐습니다. 없는 매물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매물이 있어도 중개대상이 될 수 없거나 중개할 의사가 없는 매물을 광고하는 행위 등도 처분 대상입니다. 층과 방향, 전·월세 방식 등의 정보를 은폐, 누락, 축소하는 광고도 금지됩니다.
조치가 시행된 21일 이후,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썰물 빠지듯 아파트 매물이 급감한 것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 결과,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매물은 사흘 전 20일보다 26%나 줄어들었습니다(10만 873건 → 7만 4,126건). 송파구가 -49.1% 감소해 자치구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양천구 -41.4%, 서초구 -40.8%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전 재산을 사고파는 중대한 문제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매도자 혹은 매수자의 입장에서 많은 공인중개사를 만났습니다. 다수는 선량하고 정직했지만, 안타깝게도 일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세계적인 석학처럼, 때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처럼, 때로는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성직자처럼 능수능란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취재파일 기사에 앞서 '8시 뉴스' 리포트를 통해 관련 내용을 먼저 보도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중개사들에게서 많은 항의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손님으로 가장해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테리 쇼퍼(Mystery Shopper)'처럼, 그렇게 집을 살 것처럼 혹은 내놓을 것처럼 와서 취재해도 되는 것이냐?", "실제 시장이 돌아가는 것은 당신이 책상머리에 앉아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중개사들에게서도 항의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몇 시간 만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될 정도로, 그들은 뜨겁고 또 조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구축한 카르텔이 얼마나 정교하고 견고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카르텔이 (추가 현장 취재 예정인) 저에게는 그저 조금 불편한 일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전 재산인 집을 사고파는 분들에게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고 정신적 충격입니다. 정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보 왜곡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힙니다. 어지러워진 시장은 불투명해지고, 불투명한 시장의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가 됩니다. 일부 중개사들의 문제이겠지만, 정부의 철저한 단속을 기대합니다. 공인중개사협회도 자체 단속과 신고센터 운영에 나섰습니다. 저희도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겠습니다. 다만 부동산 담합에서 구하소서.
※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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