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집 안까지 침입한 20대 남성을 붙잡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에게 성폭행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입니다.
대전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오늘(28일) "피의자 A(28) 씨가 피해 여성 집에 들어간 목적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11시 20분쯤 대전시 서구 도마동 한 다세대주택 여성 집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피해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강제로 집에 침입했고,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자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을 분석한 결과 A 씨는 피해 여성을 15분 동안 뒤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서울 신림동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림동 사건으로 징역 1년이 확정된 B(31) 씨는 지난해 5월 28일 오전 6시 20분쯤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다가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간발의 차로 집 문고리만 잡고 침입에는 실패했습니다.
두 사건은 실제로 집 안까지 침입했느냐 여부만 다를 뿐 전체적인 내용은 같습니다.
신림동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은 B 씨에게 주거침입과 성폭행미수 혐의를 모두 적용했으나, 법원은 1심부터 일관되게 주거침입죄만 인정하고 성폭행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술을 한잔하자고 말을 걸려 했을 뿐"이라며 성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B 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법원은 "성범죄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성폭행 범행을 향한 피고인의 직접 의도나 생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성폭행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만으로 쉽게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A 씨가 B 씨와는 달리 실제로 집 안까지 들어간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성폭행미수 혐의 적용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거침입 혐의만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부실 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사건 발생 직후 A 씨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한 달 넘도록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달 초 용의자 사진과 인상착의 등이 담긴 수배 전단을 배포했음에도 수사에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사건 관련 언론 보도가 나가자마자 접수된 시민 제보로 경찰은 피해자 거주지에서 불과 1.5㎞ 떨어진 A 씨 집에서 그를 검거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포함해 여러 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추적 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