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한국 대통령 '한경제'를 연기한 주연배우 정우성 씨를 만났습니다. (영화 속 북한 지도자의 이름은 조선사, 미국 대통령 이름은 스무트로 돼 있습니다) 정우성은 최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가감 없이 밝혔습니다.
질문>>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런 점에 부담이 없었나요?
정우성(이하 정)>>음…어떤 영화들은 외적인 시선들이 개입되잖아요? 제가 대통령 역할을 맡았을 때 관객들이 영화를 오롯이 즐기시는데 방해를 받지 않을까 고민이 있었죠. 특히 우리 영화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과 국제 정치 상황 등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우려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촬영 현장에선 철저하게 새로운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현 대통령을) 인식하거나, '같다' '다르다' 그런 지적들을 우려하지는 않았어요.
단지 이미 실제로 1,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국가 지도자들의 고민들을 많이 생각해봤죠. 그리고 지금 지도자는 어떤 관점에서 한반도 상황과 한반도에 사는 우리 민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그런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 외롭죠. 정말 외롭고… 그런데, 무엇도 할 수 없는..그런 자리인 것 같아요. 한반도의 당사자인데 당사자라고 말을 못 하는, 그런 답답함을 갖고 있죠. 어떤 분들은 현실에서 우리 대통령이 왜 저런 것밖에 못하나? 하고 답답해하시기도 하죠. 과거 휴전 협정에 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전선언에선) 당사자가 못 되는 건데… 그래서 서명을 한 당사국들에게 제발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자고 계속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한국 대통령이죠. 어떻게 보면 그런 희망적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두고, 가시밭길을 가는 그런 입장인 거 같더라고요.
정>> (4,5초간 생각한 뒤) 우리나라가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죠. 그런데, 시시각각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 내부에선 때론 너무 뜨겁게, 때론 너무 냉정하게, 또 어떨 때는 제3자인 것처럼 반응을 보여요. 어려운 길을 가면서 해결점에 도달할 때까지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그럴 때는 그 지향점을 마음에 담고 담대하게 하나하나의 사건을 바라봐야 합니다.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계속 모색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너무 하나하나의 사건에 대해 각자의 정치적 입장이 개입되어서 사건 자체에만 집착하고, 또 거기에서 취할 자기 이득이 무엇인지만을 찾는 모습은 안타깝죠.
정>> 세대교체가 빨리 일어나야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다음 세대에 좀 더 안정적인 나라를 만들어줘야 하는데요, (현세대 정치인들은) 그런 고민보다는 자신이 여태까지 갖고 있었던 위치와 어떤 힘… 이런 것들에 계속 연연해서 거기에만 매달려 있어요. 그러다 보면 정치권의 긍정적 세대교체는 자꾸 지지부진하게 미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좀 더 젊은 친구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참 대사가 많은 영화예요. 특히 한경제 대통령의 대사는 인상 깊은 것들이 많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마음에 남은 대사가 있었나요?
정>> 저는 대사보다… 한숨. 한숨이요. 어떻게 보면 그 한숨이 바로 '침묵 속의 외침'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입을 다물고 가만히 북한과 미국을 지켜보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한숨'으로 나오는 겁니다.
정>> 한반도라는 이 땅의 어떤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주변국들의 개입이나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걸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으로 풀어놓은 작품입니다. 가끔은 역사적인 사실도 이야기하지만, 너무 공부하듯이 영화를 보실 필요는 없어요. 잠수함 액션도 있으니까… 영화적 상상의 부분은 재미있게 그냥 흘려보내시면서 즐겁게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