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성년자를 속여서 그 부모 이름으로 대출을 받는 식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자녀를 통해서 부모 신분증을 받고 부모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앱을 설치해 몰래 대출을 신청했던 게 확인됐습니다.
김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3월 A 씨는 황당한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대출을 신청한 적도 없는데 대출금 5천만 원에 대한 이자를 갚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자 A 씨 : 메일로 고지서가 날아와서 알게 된 거죠. 대출했다고 이자 갚으라고.]
확인해보니 누군가 자신의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금융 기관 2곳에서 비대면 대출을 받아 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B 씨 등 3명이 주도한 사기극이었습니다.
SNS에 부모 명의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준비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올리고 연락해온 미성년자들에게 부모 신분증 사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부모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앱을 설치한 뒤 금융사 앱에 접속해 비대면 대출을 신청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22명이 신분증 사진을 넘겼다가 7억 5천만 원을 빼앗겼습니다.
[경찰 관계자 : 신분증을 찍어서 범인들한테 보내게 하고, 원격 제어 프로그램 설치하라고. 그 안에 있는 계좌 정보나 이런 건 당연히 보는 거고. 그걸 통해서 공인인증서 발급을 받는….]
대출금은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 A 씨 : 와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죠. 이렇게 쉽게 뚫리나. 한두 개 알려주기만 하면 인증이 돼버리는 거니깐.]
경찰은 B 씨 등 일당 5명을 구속하고 비대면 대출 과정의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안을 금융당국에 요청했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