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부 아오모리현 미사와시에는 주일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함께 사용하는 기지가 있습니다. 미사와 공군기지입니다. 그제(22일) 미사와기지에서 사상 최초로 미 공군과 해군, 일본 항공자위대의 '코끼리 걸음(Elephant Walk)' 훈련이 펼쳐졌습니다.
코끼리 걸음은 군용기들이 최단 시간 최대 규모 출격을 위해 활주로에 줄 맞춰 대기하며 서서히 움직이는 절차입니다. 코끼리들이 코로 앞 코끼리의 꼬리를 잡고 일렬로 이동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전에 대비하는 훈련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코끼리 걸음 훈련을 미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했습니다. 선두에는 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고급 지휘관이 섰고 미·일의 막강한 항공전력들이 뒤따랐습니다. 영화를 찍듯 미·일 동맹의 결속을 미화하고 과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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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기종 동원됐나
미·일 각각의 지휘관이 코끼리 걸음의 선두에서 항공 전력들을 이끄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미사와기지 측은 별도의 사진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서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불명확합니다. 미사와기지 측이 이날 훈련에 대해 "미사와기지에 소속된 (일본)제3항공단과 (미국)제35전투비행단이 미·일 사상 첫 코끼리 걸음을 실시했다"고 밝혔으니 항공자위대 제3항공단과 미 공군 제35전투비행단 사령관으로 보입니다. 쿠보타 타카히로 사령관, 크리스토퍼 스트러브 사령관입니다.
뒤따르는 전력들은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A와 미 공군의 F-16, MC-130J 코만도Ⅱ, 그리고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 C-12, P-8 포세이돈 등입니다. MC-130J는 특수부대의 적진 침투용 특수작전기입니다. 최근에는 타이완해협 상공을 종종 비행하며 중국을 위협하곤 했습니다.
전자전기 그라울러는 지난 17, 19, 22일 알래스카의 B-52 전략폭격기가 일본 열도 주변으로 날아왔을 때 같이 비행 훈련을 했습니다. 항공자위대 전투기들도 매번 동참했습니다. B-52와 그라울러의 만남은 그라울러가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B-52가 적진을 초토화하는 시나리오를 암시합니다.
포세이돈은 잠수함 킬러(killer)입니다. 최근 중국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외국 잠수함이 일본 주변 해역을 잠항한 사실이 드러나 일본이 긴장하고 있는데 때마침 포세이돈이 코끼리 걸음을 했습니다.
● 미·일 첫 코끼리 걸음의 의미는?
한·미 공군도 코끼리 걸음 훈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3월의 일입니다. 군산기지에서 한·미 전투기 60여 대가 참여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미 공군은 독자적으로 코끼리 걸음 훈련을 자주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알래스카기지에서 현존 최강 전투기 F-22랩터 26대 등 군용기 35대를 동원해 코끼리 걸음 훈련을 했습니다. 알래스카의 미 공군은 유사시 동아시아로 급파될 전력이어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됐습니다.
그제 미·일 코끼리 걸음 훈련도 중국과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로 보입니다. 또 아시아 세력 균형, 즉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 재무장 시도의 상징적인 장면 같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책임분석관은 "미국과 일본이 동맹의 결속과 힘을 과시하는 훈련"이라며 "중국과 북한이 각자 상황에 맞게 부담,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