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 베를린 필하모닉은 4월 19일까지 공연이 모두 취소된 상황인데요,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대신 베를린 필의 공연을 내 방에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공연 아카이브 '디지털 콘서트홀'을 한 달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공짜로 공연 실황을 제공합니다. www.metopera.org에 접속하면 아무 때나 보실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한밤의 오페라'인데, 한국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20시간 동안 시청할 수 있어요. 18일엔 라보엠이, 19일에는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가 공연됐고, 20일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21일 도니제티 '연대의 딸', 22일 역시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서비스 됩니다. 저는 '일 트로바토레'를 봤는데, 한국인 테너 이용훈,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등 화려한 캐스팅에 HD 라이브로 촬영된 2015년도 공연 실황이더라고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빈 슈타츠오퍼(빈 국립 오페라) 역시 전세계에 온라인 공연 실황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15일에 바그너 '라인의 황금'으로 시작했는데요, 4월 2일까지 날마다 새로운 공연이 올라옵니다. 같은 작품이 두 번 소개되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프로덕션은 달라요. 지금까지 공지된 프로그램이 굉장히 풍성합니다. 일정이 길어서 여기 다 적지는 못하는데, 바그너 링 사이클 4부작이 모두 포함되고, 토스카, 피가로의 결혼, 사랑의 묘약 같은 인기 레퍼토리들뿐 아니라 한국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걸작 오페라들, 페르귄트 음악에 안무한 무용극도 있네요.
국내 예술기관들도 다양한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제공합니다. 3월 20일부터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과거 공연 실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한적 상영회2] 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날짜별 작품 리스트와 스트리밍 링크가 있어요. 백건우, 노부스 콰르텟의 음악회, 발레 심청, 연극 인형의 집, 페리클레스 등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에 관심이 갑니다.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에는 교향악축제 실황을 비롯해 다양한 영상콘텐츠들이 있으니 함께 보셔도 좋겠네요.
경기아트센터(예전의 경기문화의전당) 역시 다양한 장르의 공연실황을 온라인으로 제공합니다. 본래 이즈음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공연이 취소되면서 대신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겁니다. [▶'꺅!TV경기아트센터'] 유튜브채널 '꺅 라방'이나 네이버 코너에서 보실 수 있어요. 지난 12일에 중계했던 연극 '브라보 엄사장' 실황이 지금 올라와 있고 앞으로 4월 25일까지, 원래 예정됐던 공연 일정에 따라 경기아트센터 상주예술단체의 무용, 국악, 클래식, 연극, 팝스 콘서트 등을 라이브 중계합니다. [▶여기]에서 공연 일정 확인하세요.
서울시향 역시 온라인 콘서트를 했는데요, 지난 12일 라이브 스트리밍했던 공연 실황을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보러가기]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영웅'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헌정하는 '힘내라 대한민국' 콘서트'로 연주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모두가 다 '영웅'이라는 컨셉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일일국악' 프로그램으로 주중 매일 아침 11시 온라인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의 연주로, '남도시나위'를 시작으로 천년만세, 수제천과 종묘제례악, 판소리 눈대목(지금 이미 '춘향가' 중에 '사랑가'가 올라와 있네요), 가야금과 대금산조 등 국악의 정수가 펼쳐집니다. 길지 않은 10분 안팎의 동영상이라 부담없이 국악을 접할 수 있습니다.
4월에는 전통 무용과 창작 국악까지 선보여 더욱 상차림이 다채롭습니다. 4월 24일까지 주중 아침 11시에는 '일일국악'이 펼쳐지고요, 3월 28일(토)부터 4월 25일(토)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는 국악토크 콘서트 '사랑방 중계'도 마련됩니다. [▶국립국악원 유튜브 채널]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K-Arts 온라인 희망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음악원과 무용원, 전통예술원 교수와 학생,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31일까지 매일 공연영상 두 편씩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등에 업로드합니다. 대부분 10분이 넘지 않는 짧은 영상이고 설명도 곁들여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3월 27일에는 한예종 서초캠퍼스 이강숙홀에서 음악원 주관으로 열리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피아노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첫번째 공연을 [▶네이버 TV '한예종 예술극장'] 등에서 120분간 생중계합니다.
국공립단체는 아니지만, 민간기획사인 봄아트프로젝트의 '방구석 클래식' 시리즈도 소개하려합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음악회로는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기획되었습니다. 공연 여섯 개가 한꺼번에 취소되어 실의에 빠졌던 바리톤 이응광 씨와 소속사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윤보미 씨가 밥 먹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려 '급조'했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분들이 많은데요, 공연계는 특히 타격이 큰 업종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해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은 그래서 대부분 재정이 그나마 안정적인 국공립 기관들입니다. 소규모 민간 단체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온라인 콘텐츠는 공연장을 갈 수 없을 때 좋은 대안이긴 하지만, 온라인 공연으로는 수익을 얻기 쉽지 않고, 온라인 콘텐츠 제작 비용조차 감당하기도 힘겨운 곳이 많지요.
풍성한 양질의 무료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 공연예술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기세가 잦아들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되찾게 될 때, 이번엔 공연장 객석에서 다시 공연을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관객이 꽉 찬 객석에 앉아 좋은 공연을 볼 때의 흥분과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 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