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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5시간을 차를 타고 달려 사건 현장이 있는 남칼리만탄주 탄중으로 이동한 작은 딸과 어머니. 참혹한 현장을 먼저 확인한 후 그곳 경찰서에서 열린 현지 경찰의 브리핑에 참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오 씨의 사인이 1차 부검 결과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몸 곳곳에 흉기로 찔린 상처가 남아있었지만, 시신 발견 당시 목에 감겨 있었던 전깃줄이 오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밝혀진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시신 발견 당시 뒷문이 열려 있었고, 혈흔이 낭자한 침대 위에 피 묻은 흉기 두 점이 놓여있었지만, 현지 경찰은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유족들이 무언가 기대해볼 수 있는 대상은 역시 한국 정부뿐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작은딸은 현지를 방문한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영사에게, 미국에서 급히 한국으로 돌아온 큰딸은 외교부에 거듭 요청했습니다. 한국 경찰을 투입해 공조 수사를 진행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요구 끝에 유족들이 겨우 들은 답은 "요청해보겠다"였습니다.
외교부 측의 대응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측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외교부는 유족의 요구로 지난달 말 인터폴을 통해 인도네시아 경찰에 공조 수사 의향을 한 차례 물었지만 결국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까요? 자국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인도네시아 경찰은 타살 정황이 짙은 데도 20여 일 째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기는커녕 오 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오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어느덧 한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족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한 가지입니다. 올해로 예정돼 있었던 큰딸의 결혼식에서 딸의 팔짱을 끼고 행복하게 걸어야 했던 아버지를, 딸들 앞에서 너희는 없어도 당신만 있으면 족하다며 둘만의 노후 생활이 그리던 남편을, 숨지게 한 범인을 꼭 잡아달라는 겁니다. 지난 2017년 필리핀에서 한국 경찰과 현지 경찰의 공조로 한 달 만에 한인 피살범을 검거했던 것처럼, 이번 사건의 범인이 반드시 붙잡힘으로써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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