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어로 아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을 뜻하는, ADULT를 합친 말, '키덜트'라고 하죠. 어른인데도 동심에 빠져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를 찾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어린이에 빗대서 '어른이'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키덜트들의 세계에 권란, 권애리 두 기자가 들어가 봤습니다.
<기자>
40대 아빠는 딸보다 더 신났습니다.
몸은 무거워졌지만 어릴 적 방방이로 불렸던 트램펄린 위에선 개구쟁이 소년으로 돌아갑니다.
앉았다 일어서기, 벽 딛고 튕기기, 공중회전, 덩크슛도 도전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이후 트램펄린을 처음 타보는데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땅에서만 생활하거나 일을 하는데, 이 트램펄린을 타니까 중력을 벗어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요금이야 예전보다 30배 이상 올랐지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데 돈이 대수인가요?
[최희정/서울 금천구 : 스트레스 풀리고…회사 스트레스 같은 거…진짜 어린 시절 같고,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이 음악만 나오면 손가락이 절로 움직이죠.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았지만 몇 시간도 계속할 기세입니다.
[권미진·김지민 :어렸을 때는 비싸서 몇 판 하면 아쉬워서 다른 사람 하는 거 구경하고 이랬는데 지금은 아까처럼 돈 미친 듯이 넣고….]
오락실에서는 마치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초집중 상태가 됩니다.
어려서나 지금이나 이게 키덜트 세계의 마력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 장난감들로 만들어졌던 작은 세계에서는 내가 왕, 내가 법이었죠.
어른이 돼서도 완구를 놓지 않는 어른이들은 그 '완벽한 내 세상'을 만드는 재미를 떠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준승 씨가 장난감 블록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세계를 완성하는 데는 1년 반이 걸렸습니다.
7살 땐 조립 설명서를 따라 만들었지만, 26살이 된 지금은 머릿속에 든 걸 그대로 펼쳐 보입니다.
[이준승 : 제가 신이 될 수 있으니까. 신처럼 아무거나 만들 수 있으니까….]
전원생활을 꿈꾸는 도시인 비싼 카메라를 갖고 싶은 학생 예쁜 건물을 좋아하지만, 건물주가 될 순 없는 어른들이 완구 조립으로 꿈을 대신 완성합니다.
[조광호 : 이런 농장 같은 걸 꾸며서 (가족들이랑) 같이 이렇게 살고 싶은 생각에…. (아들이 (조립완구를) 더 좋아하세요, 본인이 더 좋아하세요?) 지금은 제가 더 좋아하게 됐어요.]
[편동하·노희준 :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사주시는 게 한정돼 있지 않습니까. 제가 원하는 걸 만드는 것도 한정돼 있고. 그런 욕망들이 성인이 돼서 폭발을 하는 거죠.]
조립 완구뿐 아니라 피규어, 프라모델, 만화캐릭터까지, 키덜트 시장 규모는 1조 원대 이상으로 커졌다고 추정됩니다.
왜 키덜트가 됐냐구요?
어른이 됐지만 일상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불확실한 현실 속이라도 환상 속에서 나마 분명한 이야기와 정의로운 엔딩이 있는 세계를 다시 갖고 싶고 누가 뭐래도 재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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