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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겁먹었나"…생각보다 약했던 유통 폭탄, 중국 정부 직접 나선다 [스프]

[귀에 빡!종원]

김종원 귀에 빡종원 
뚜껑을 열어보니 폭발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생각보다 할 만한 싸움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e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는 우리나라 유통시장을 모두 집어삼킬 초대형 태풍처럼 보였다. 그런데 5월 말 성적을 보면 하락세가 완연한 것이 태풍이 아닌 열대성 저기압 수준이다. 중국 C커머스는 왜 갑자기 힘이 빠진 걸까?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은 무엇일까?
 

1천억 썼는데도 5월 실적 악화한 알리·테무

우리나라 시장 공략에 진심이었던 건 알리이다. 알리는 중국에서 직접 넘어오는 '직구' 형태의 공산품이 인기를 끌자, 올 초부터 'K베뉴'라는 한국관을 만들고는 한국에서 생산된 메이드 인 코리아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로서 기존 한국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을 따라잡기 위해 알리는 돈 1천억 원을 뿌려 물건 할인을 해줬다. 라면과 커피믹스 같은 인기 품목 여러 종에서 최저가 갱신을 하기 시작했다.

테무는 우리나라에만 특화된 서비스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전 세계 시장 동시 공략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전 세계에서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써댔다. 한국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테무에서 물건 시키는 게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5월 말 나온 각종 통계를 보면 알리·테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먼저 앱을 다운받는 이용자의 수가 크게 줄었다. 테무 171만 건, 알리 52만 건 등 합계 223만 건에 그쳤는데 알리와 테무 각각 전월 대비 33%와 25% 감소한 수치이다. 이는 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앱 다운이야 이미 다운받은 사람이 많으니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 수 역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즉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앱에 들어가 본 사람 수의 순위가 1위 쿠팡(3,111만 명), 2위 알리 (830만 명), 3위 11번가 (799만 명), 4위 테무 (797만 명) 순이었다. 올 초만 해도 11번가를 바짝 따라붙은 테무가 3위 자리를 빼앗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예상이었는데, 실제로 3월과 4월 테무는 3위 자리를 잠시 빼앗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다시 4위로 주저앉았다. 월간 사용자가 알리와 테무 각각 30만 명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좀 줄어도 매출만 늘어난다면 걱정 없다. 그런데 거래량마저 줄어든다는 것이 알리·테무의 큰 고민이다. 쇼핑에는 구매 전환율이라는 것이 있다. 구경을 하러 왔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인데,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 전체 평균은 1.3% 정도이다. 100명 들어오면 한 명 정도가 구매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 수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서 7%~8%이다. 그만큼 구매를 결심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는 구매 전환율이 0.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즉, 들어와서 구경만 하고는 그냥 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이다. 이러다 보니 거래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4월 거래액만 따져보면 1위 쿠팡(12조 7천억 원), 2위 G마켓(3조 5천억 원), 3위 11번가(2조 600억 원), 4위 티몬(1조 8천억 원), 5위 알리(8,200억 원), 6위 위메프(7,700억 원), 7위 테무(911억 원) 순이었다.
 
김종원 귀에 빡종원 
앞서 월간 활성 사용자 수로 따졌을 때보다 알리·테무 모두 순위가 한참 뒤로 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알리는 1조를 못 넘었고, 테무는 1천억 원을 못 넘었다. 특히 활성 사용자 수가 테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티몬은 거래 액수에서는 두 배 넘는 성적을 올렸다. 이것만 봐도 알리와 테무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통 폭탄이라더니…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던 이유?

알리·테무가 갈수록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소비자 경험을 들 수 있다. 최근 잇따라 알리와 테무에서 구매한 직구 물품에서 발암물질 등 위해성 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뉴스가 쏟아지며 안전성 이슈가 불거졌다. 게다가 아무리 싼 맛에 주문했다지만 품질이 너무나 떨어지는 물건을 받아본 경험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또한 아무리 배송일이 빨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세관을 통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주문을 하고 최소 1주일은 기다려야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이마저도 미뤄지기 시작하면 열흘도 넘게 물건을 받아보지 못하게 된다. 이러니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다음날 아침에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국내 플랫폼에서 시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유쾌하지 못한 소비자 경험이 쌓이면서, 한번 재미 삼아 시켜본, 그러나 재방문 의사는 없는 고객이 늘어났고 이는 곧 전반적인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의 이커머스도 만만치 않더라는 것이다. 올 초부터 알리·테무가 한국 유통가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한국 유통업계도 각종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조사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1년 전 4월에 비해 0.2%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4월 무렵에 오프라인 매장들이 유독 할인행사를 많이 한 데다, 휴일이 하루 더 있어서였단 분석이다.

반면 온라인 매장은 1년 전보다 매출이 22%나 늘었다. 산자부는 그만큼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할인을 많이 했다고 분석했다. 쿠팡만 보더라도 지난해 13년 만에 드디어 흑자 전환을 했다고 알려졌지만, 올해는 다시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 C커머스들과의 출혈 전쟁 때문이다.

알리와 테무를 통해 들어오는 직구 물품이 쿠팡에서 파는 제품과 겹치는 게 많은데, 도저히 가격으로는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보니 쿠팡은 최근 중국으로 직접 들어갔다. 웨이하이시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 직원 200명을 뽑고는, 알리와 테무에 물건을 대는 중국 내 초저가 도매업체들을 쿠팡으로도 유치하려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같은 물건이더라도 쿠팡에서 파는 물건과 알리·테무에서 파는 물건 사이 가격 차이가 4배~5배씩 났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쿠팡에 입주한 중국 업체가 파는 물건은 이제 1.5배 정도밖에는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쿠팡은 이런 물건들을 미리 한국으로 들여왔다 로켓배송 같은 것으로 보내주니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구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는 성장의 한계이다. 알리는 K베뉴를 두고 한국 물건을 따로 팔고 있지만, 테무는 전적으로 직구 모델만 존재한다. 그런데 직구는 그게 어떤 나라가 됐든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전에 그 나라의 세관을 통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세관공무원은 그 수가 정해져 있다. 테무가 인기를 끌고 주문량이 폭발해 배달 물량이 10배, 20배 늘어난다 해도, 결국 이를 처리하는 세관공무원의 수는 그대로인 만큼 배송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 경험으로 이어지게 되고 사업 확장에도 그만큼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 막대한 자본력으로 폭탄처럼 쏟아져 들어오던 C커머스가 상반기가 되도록 아직 그리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외 시장에서의 근황은?

김종원 귀에 빡종원 
C커머스가 가지는 한계 중 큰 부분은 바로 이들이 중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모기업인 핀둬둬의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테무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그런데 올들어 이 비중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대비 57%였던 미국 매출 비중은 올 1분기 40%까지 줄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소비자 이용이 줄어서라기보다는 모기업인 중국의 핀둬둬의 경영적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틱톡 퇴출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는 것을 보면서, 괜히 요란하게 사업을 했다간 마찬가지로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단 공포심이 작용했단 것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미국에서의 매출 비중을 최종적으로는 전체의 1/3 수준인 33%까지 줄인다는 것이 핀둬둬의 목표이다. 최근 테무는 이에 따라 미국에서 쓰는 돈을 줄이고 있는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를 먹여 살리는 게 테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미국에 쏟던 테무가 광고를 크게 줄이고 있고, 미국에 지으려 했던 물류센터도 멕시코에 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유럽은 최근 '과잉생산'을 문제 삼으며 중국에 대한 반덤핑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테무 세계 매출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5%에서 올 1분기 30%로 줄었는데, 그렇다고 테무가 세계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남게 된 예산이 결국은 아시아 지역으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종원 귀에 빡종원 
실제로 테무는 미국과 유럽을 빼고도 전 세계 약 70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아프리카와 남미, 아세안, 중동, 중앙아시아 같은 지역의 개발도상국은 어차피 자국 내 제조업이 없는 데다가 초저가로 들어오는 중국 테무가 고마우면 고마웠지 반감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이러다 보니 이런 국가가 미국과 유럽에서의 매출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테무의 세계 무대에서의 매출을 지탱해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아시아에 투자금을 늘리게 되면 그 중심에는 한국이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 테무가 한국에서의 사업 전략을 알리와 같이 변경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알리·테무 물심양면 밀어주는 중국 정부, 왜?

중국 정부가 알리와 테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 돕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업체들에게 1조 7천억 달러, 우리 돈 약 2,300조 원을 지원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왜 이렇게 C커머스 업체들에게 진심일까? 일각에서는 최근 서구 사회가 문제 삼고 있는 '과잉생산' 물건들을 세계 시장에 밀어내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아니다.

대표적인 과잉생산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방직, 전기차, 2차 전지, 태양광 패널 등이다. 이 중 중국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방직 같은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에 대해선 과잉생산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내세우는 전기차와 2차 전지,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서는 과잉생산이 아니라며 펄쩍 뛴다. 무엇이 됐든, 지금 언급한 품목들 중 알리·테무에서 팔리는 물건은 없다. 과잉생산 품목으로 지목받는 것들은 중국의 대기업이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에서 팔리는 물건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유행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대량으로 만들 수도 없다.
 
김종원 귀에 빡종원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중국 내부 정치와 관련이 있다. 알리와 테무에 물건을 납품하는 공장들은 중국의 3선, 4선 도시에 위치한 매우 영세한 업체들이다. 중국 내 경제가 침체되면서 이들 물건을 팔 길이 막막했는데, 이때 테무와 알리 같은 C커머스 업체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이 플랫폼을 통해 곧바로 물건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들 영세 업체들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필수적인 계층이다. 게다가 AI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인 C커머스는 중국이 장려하는 첨단 사업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정치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C커머스 업체들은 키워줘야 할 너무나 예쁜 사업들인 것이다.
 

애지중지 C커머스…중국 정부가 물류센터 인수까지 도와주나?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중국 정부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수출 확대 및 해외 물류기지 건립 촉진에 대한 의견'을 통과시켰다. 즉, C커머스 업체들이 해외 물류센터를 짓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겠단 얘기이다.

알리 매출이 주춤한다고 했는데, 의외로 알리에서 잘 나가는 물건이 있다. 바로 신선식품이다. 중국 업체이니만큼 우리가 먹는 신선식품은 잘 안 팔릴 줄 알았는데, 최근 먹거리 물가가 전례 없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초저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알리에서 식료품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단 분석이다.

그런데 이 분야를 키우기에 알리에게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신선식품 배송 물류 시스템인 '콜드체인'이 없다는 것이다. 콜드체인이란 신선식품을 적정 온도로 냉장·냉동 보관할 수 있는 보관고부터 이 온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배송할 수 있는 배송 시스템까지를 아우르는 것이다.

알리가 콜드체인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물류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허가도 받아야 하고, 이미 기존 업체들이 갈아놓은 망과 경쟁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돈이 많은 알리라 하더라도 콜드체인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알리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하려 한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국내 슈퍼마켓 빅4 중 매장 수로 3위이다. 하지만 수도권 매장만 보면 1위이다. 그리고 냉장과 냉동이 되는 물류창고를 3개나 가지고 있다. 만약 알리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면 콜드체인의 저장고를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배송할 수 있는 운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런 데 있어 중국 정부가 자금 지원까지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아직은 예상일 뿐이지만,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중국 정부의 자금에 매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종원 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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