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희생자 대부분 고령층…'무용지물'된 긴급재난문자

<앵커>

지금부터는 이번 산불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숨진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희생자 가운데 몸이 불편해 이동이 어려운 고령의 노약자들이 많았습니다. 긴급재난문자를 받아도 빠르게 대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서 미리,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했던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정윤식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영덕을 지나는 7번 국도의 어젯(25일)밤 모습입니다.

산비탈을 집어삼킨 불길은 이미 도로까지 내려와, 달리는 차량을 덮칠 듯 위협합니다.

탈출하기 위해 일단 달려보지만 화염에 가로막힌 앞 차량들이 급히 후진을 시도하고 결국 사고로까지 이어집니다.

영덕을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던 이 시각 영덕군청에서는 관내 9개 읍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문자를 잇따라 발송했습니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모두 여섯 차례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스스로 차를 몰고 자력 대피가 가능했던 주민들은 이렇게 속속 영덕을 빠져나갔지만, 거동이 어려운 고령층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영덕읍에서는 100세 할머니가 불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인근 축산면에서도 80대 남성이 미처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요양시설 직원이 모는 차량에 탑승해 대피하던 중 차량 폭발로 숨진 80대 세 명도, 대피한 동승자들과 달리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습니다.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주민들 가운데 80대 이상이 열한 명이나 됐습니다.

[경북 산불 피해지역 주민 : 시골 노인분들은 (재난문자) 그런 거 전혀…. 보내주는 문자도 못 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다 옆집에서 가자 그래서 나가고 아니면 이장님이 나가고 막 가자고 하고….]

강풍으로 이미 불이 순식간에 번지고 있었던 만큼,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은 노약자와 고령층 대피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했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통반장이든 혹은 또 의용소방대든 이런 분들을 통해서 대피를 조금 더 조력하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들 이런 부분들을 좀 갖출 필요는 있을 겁니다.]

이번처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할 경우 행정력이 신속하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마을 단위로 전반적인 산불 관리와 대피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박나영, 화면제공 : 시청자 이동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