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밤하늘을 붉은색으로 바꿔 놓을 만큼 지난밤 산불의 기세는 위협적이었습니다. 온 마을이 불에 탄 곳도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와 통신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영덕 산불 피해 현장을 신용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을 전체가 하루 만에 새까맣게 그을렸습니다.
집 곳곳의 지붕은 무언가가 할퀴고 간 듯 뜯겨나갔습니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면서 영덕군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45가구 중의 31가구가 불에 타 민가 피해가 가장 큰 수암리를 가봤습니다.
전기와 통신이 끊겨 일대가 고립된 상태입니다.
온 마을이 폐허가 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지붕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고요, 여전히 곳곳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유기수/경북 영덕군 수암리 : 플라스틱은 불에 약하기 때문에 다 타버리고, 찌꺼기 상품이 안 되는 것만 남아 있는.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어휴 그렇죠. 지금 밥맛도 없고 정신이 희미합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50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어온 주민은 무너져 내린 집과 새까맣게 탄 사과를 보면서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화마의 흔적은 도로 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산불 피해가 컸던 영덕을 지나는 7번 국도 위에 와 있는데요.
고속버스 1대가 완전히 불에 타 뼈대만 남았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타이어는 녹아내려 주저앉았고, 유리창은 모두 깨졌습니다.
다행히 버스가 불에 타기 전에 승객들이 모두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산불을 피해 대피소에 모인 이재민들은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박남옥/경북 영덕군 지품면 : 불기둥이 막 솟구치는데. 깜짝 놀랐지. 이게 불이 이렇게까지 가까이 왔나 하고 우리 너무 놀랐죠.]
하지만 산불이 또 번지진 않을지, 언제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김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