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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손짓에 터진 오열…"철들었는데" 고3 아들의 쪽지

<앵커>

새해 첫날인 오늘(1일) 유족들은 사고현장에 차례상을 차리고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전했습니다. 분향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곳곳에는 위로의 손 편지가 붙었습니다.

무안국제공항의 모습을 김형래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기자>

고통 속에 떠난 누나를 직접 보고 인사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 속에 동생은 눈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고 유가족 : 팔이라도 만지고 싶어요. 지금 당장 트라우마 걸려도 상관없어요. 우리 누나 너무 사랑하는데, 못해준 게 많은데…. 힘든 거 알아요. 나라에서 정말 힘든 거 알아요.]

오전 11시쯤, 참사 나흘 만에 처음으로 유족들이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출입이 통제된 곳이지만 새해 첫날을 맞아 희생자 1명당 가족 4명씩 방문이 허락된 것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 만에 첫 유가족 사고 현장 방문

과일과 떡국 등을 올린 간단한 음식상이 차려졌고, 10분 간격으로 순서대로 도착한 유가족들은 국화꽃과 술을 올리며 간단한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보게 된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통곡하며 잘 가라고 손짓합니다.

터져 나오는 오열을 참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 뿐입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유가족을 위해 수색과 조사 작업도 잠시 멈췄습니다.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향한 위로는 새해에도 계속됐습니다.

사고 현장 근처 활주로 철조망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각종 음식과 편지가 놓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도 마련됐습니다.

공항 입국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분향소에 다 들어가지 못한 조화가 건물 바깥에 늘어섰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번 참사에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무안국제공항 안 계단,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에게 보내는 추모글
무안국제공항 안 계단,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에게 보내는 추모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아들로 추정되는 한 유족의 편지

공항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유족과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편지에는 위로와 추모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언니를 잃은 동생, 자식을 잃은 부모는 누구보다 비통할 마음을 메모지에 털어놨고, 희생자의 아들로 추정되는 한 유족은 어머니에게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며, 철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이제는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는 안타까운 말을 남겼습니다.

[사고 유가족 : 정말 현장 가보니까, 이런 재앙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습니다. 정말 애쓰시는데 정말 끝까지, 수습 잘해주시길 또 부탁드립니다.]

누구보다 긴 하루를 보낸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돌아올 날을 간절히 기다리며 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제일, 영상편집 : 신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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