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채 해병 사망 사건을 조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조사 기록을 넘긴 날을 전후로,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 정부 관계자들과 최소 40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국방부가 당시 수사단장을 해임한 뒤, 대통령실 경호처장과 연락이 오간 걸로 드러났습니다.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13일 동안의 이종섭 전 장관 휴대전화 통신 기록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7월 28일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채 해병 유족에게 조사 결과를 설명한 날이고, 8월 9일은 이 장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경찰에서 회수한 사건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날입니다.
이 전 장관은 이 기간 동안 대통령실,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과 최소 40차례 이상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입니다.
두 사람은 8월 4일까지는 통신을 주고받은 기록이 없다가, 국방부가 사건 기록을 회수하고 박 전 단장을 보직해임 한 이후부터 8차례 연락이 오갔습니다.
일부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처장을 통해 구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경호처는 "군·경 경호부대와 통합경호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기관장 간에는 수시로 통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외에도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안보실 관계자들은 물론, 경찰을 지휘하는 이상민 행안장관, 한덕수 총리 등과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 전 장관의 '비서' 역할을 했던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이 기간 동안 모두 25차례 통화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이 전 장관이 '02-800' 국번의 대통령실 전화를 받은 뒤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지난해 7월 31일 6차례, 국방부 조사본부에 기록 재검토를 지시한 8월 9일에 6차례 통화가 집중됐습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 관계자, 국무위원 등과 통화한 걸 이상한 시각으로 보면 곤란하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부분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