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BBC 서울 특파원이 윤 대통령 답변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어제(9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진 맥킨지 BBC 기자는 "윤 대통령의 답변에 만족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내 질문에 사실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맥킨지 기자는 기자회견 분위기에 대해서 "많은 질문에 딱 부러진 답변을 주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은 많은 질문에 막연하고 안전하게 답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어떤 질문을 받을지 알고 준비를 잘했다"며 "임기 초반에 예상 밖의 발언을 내놓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 당시 맥킨지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러시아 대사가 최근 한국이 비우호적인 국가 가운데 가장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묵과할 수 없는 한계선(레드라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기 공급 문제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자금 지원 문제를 꼬집으며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러시아는 오랜 세월 우리와 좋은 관계를 맺어온 국가"라며 "최근엔 서로 다른 입장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사안별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계할 것은 경계하면서 가급적 경제 협력과 공동의 이익은 함께 추구해 나가는 관계로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 답변했습니다.
맥킨지 기자는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질문을 회피한다면 그간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제재나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해온 노력을 언급하리라 예상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러시아와 협력을 원한다고 이야기해서 그 답변이 놀라웠고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총평을 내놓았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가장 눈에 띄었다고 하는 점이라고 하면 김건희 여사에 관한 언급"이라 말하면서도 "총선 전에 그러셨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안 의원은 채 해병 특검법과 관련해 "공수처 수사를 한 후에 국민들께서 미진하다고 생각하시면 특검을 하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수사가) 점점 장기화되고 있으니까 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의정 갈등 현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의정갈등과 관련) 복안이 없다고 생각을 하셨는데 사실은 이게 좀 안타깝다"며 "국민 생명이 최우선인데 지금 어떻게 되고 있냐 하면 점차로 지방의료원부터 도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안 의원은 또 "재질문 기회가 없었고, 기자회견 정례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며 "답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고 의원은 "다른 건 몰라도 ''채 해병 특검'은 수용할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는 대통령실도 연관 돼 있기 때문이고, 수사 상황에 대해서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제외하고 수사만 한다는 건 앙꼬 빠진 찐빵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에 대해서도 "결국은 특검 받지 않겠다는 답변"이라며 "국민들 인내심 테스트하는 답변"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용기 있게 소통에 나선 것은 굉장히 좋게 평가한다"면서도 "내용은 현실이 시궁창이니까 답변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조국·이준석과 만나겠느냐' 같은 최저 난이도의 질문에도 답을 제대로 못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사과 표현은 그 정도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발 방지 조처는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성 : 진상명 / 편집 : 정다운 / 제작 : 디지털뉴스제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