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방향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어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입시업계는 대통령이 수능 문제 유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지적한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이라면서 국어 비문학 문제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는 해석이 까다로운 지문이 나오는 국어 독서 부분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독서 지문은 수능 국어영역 공통과목 총 45문항 가운데 17문항을 차지합니다.
사회문화, 인문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소재의 제시문이 출제되는데 공통과목 내 다른 파트인 문학에 비해 교과서 밖 출제 비율이 높고 해석이 까다로워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2023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서는 독서 부문의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를 다룬 과학 지문(14∼17번)과 '법령에서의 불확정 개념'(10∼13번)을 소재로 한 사회 지문이 까다로운 유형으로 꼽혔습니다.
클라이버 기초 대사량 연구는 지문에서 상용로그, 기울기, 편차 등 과학 용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사전 지식 없이는 풀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독서파트에서 상당히 난도가 높은 지문이 나와 최상위권 수험생을 가르는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헤겔의 변증법'을 바탕으로 예술의 위상을 설명하는 지문이 출제됐는데 내용 이해와 문제 풀이가 까다로웠을 것이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또,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서 미국 국제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을 일컫는 '트리핀 딜레마'를 소재로 한 경제분야 지문도 출제됐는데 경제 이론을 정확히 알고 정보를 추론해야 하므로 수험생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지문이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를 사교육비 증가와 연관시켜 발언했다는 점에서 사교육업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입시업계는 수능 난도를 낮추는 것이 변별력과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지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독서 지문은 추론 능력을 측정해야 하므로 지문 자체를 외부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고, 독서 난이도 조절보다는 선택과목 간 불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입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비문학의 모든 제시물을 공교육에서 가르칠 수 없다. 비문학은 글을 읽는 방법을 물어보는 문제인데, (윤 대통령) 발언은 수능에 대한 이해가 안 된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에도 국어는 쉽게 수학은 어렵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11점이나 났고 이과생이 유리해지는 문제가 생겼다"며 "올해도 국어가 쉬워지면 더욱 그런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능은 단순 암기를 묻기보다는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독서 지문의 경우 더욱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특정 교과서에서 나오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교과과정 내 출제'를 강조함에 따라 올해 수능에서 독서파트는 EBS 강의·교재에서 다뤄진 지문을 직접 연계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육과정평가원도 3월에 EBS 직접 연계 비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어제 윤 대통령의 발언도 그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국어 등 과목의 직접 연계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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