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낳고 숨졌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남편과 이혼 소송을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즉 이 아이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였던 겁니다.
그런데 아무도 아이를 데려가지 않자 산부인과는 결국 남편 A 씨를 아동 유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합니다.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는 민법 규정에 따른 겁니다.
A 씨는 억울함을 온라인에 호소해 화제가 됐죠.
아내와 불륜 남성의 아이를 내 아이로 출생 신고하는 게 정말 맞느냐, 그걸로 내가 수사받고 처벌받는 게 옳은 일이냐는 거였습니다.
경찰에게도 쉽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친부가 아닌 친부'인 사정은 알겠는데, '민법상 친부'인 거니까요.
고민 끝에 경찰은 A 씨를 입건하지 않기로 결론 냈습니다.
물론 법률상으로 A 씨가 해당 영아에 대한 법적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혼 소송으로 아내와 1년 가까이 별거 상태에 있었고,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생물학적 관계가 없다는 점도 밝혀져 유기나 방임의 고의가 없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A 씨가 이미 자신의 세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점도 감안했습니다.
[남편 A 씨 : 솔직히 '아동 유기죄'라는 게 그 친구(다른 남자)에게 적용돼서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게 이런 게 사회적 경종을 (울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사건,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아동학대 혐의는 벗었지만, 출생 신고 의무까지 없어진 건 아니거든요.
결국 A 씨는 지난 3일 친자 관계임을 부인하는 '친생 부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청주시 관계자 : (A 씨가 출생 신고하면) 평생 기록에 남아서 다른 자녀분이나 누가 서류를 뗐을 때 아이가 있었다가 사라졌다는 기록이 항상, 평생 명시되는 건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지자체는 직권으로 아이에 대한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고, 양육시설을 통해 장기 보살핌이 가능해집니다.
(취재 : 이태현 CJB, 구성 : 김도균, 편집 : 이기은, 제작 : D콘텐트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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