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미국의 공권력 가운데 핵심으로 꼽힙니다. 우리에게도 각종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FBI는 연방법 위반 행위를 수사하고 공안 정보를 수집하며, 연방법이나 대통령 명령에 따라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연방 정부 조사기관입니다. 그런 FBI가 미국에서 살해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FBI 요원들을 사냥할 때"…늘어나는 위협
"Every single piece of [expletive] who works for the FBI in any capacity, from the director down to the janitor who cleans their [expletive] toilets deserves to die. You've declared war on us and now it's open season on YOU."
"FBI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 국장부터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은 죽어 마땅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이제 우리가 당신들을 사냥할 때입니다.
"My only goal is to kill more of them before I drop"
"내 유일한 목표는 내가 쓰러지기 전에 더 많은 FBI 요원들을 죽이는 것입니다."
이들 사건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FBI와 국토안보부는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법 집행 기관을 상대로 '내전'과 '무장 반란'을 언급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워싱턴 D.C의 FBI 본부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펜스가 쳐졌습니다.
펜스 뒤로 숨은 FBI
FBI를 향한 위협과 공격은 비단 몇몇 극렬 지지자들만의 일은 아닙니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FBI를 겨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FBI 예산 삭감을 주장했고 폴 고사 하원의원은 아예 FBI 해체를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난과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건데 그 뒤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트럼프 "끔찍한 일들 벌어질 것"
끝없는 총기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건 수정헌법 2조가 이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문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소지하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돼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연방 정부, 즉 공권력에 의한 권리 침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미국의 건국 이념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개념이지만 건국 과정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무장의 필요성과 함께 공권력에 대한 일정 부분 경계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권력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지만 또한 이에 대한 경계심 또한 작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공권력에 대한 경계가 지금처럼 특정 정치인을 둘러싼 갈등을 타고 증폭된다면, 자칫 정쟁이 사회 시스템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전파자'였던 미국이 정치적 양극화라는 극단적 대치 속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노출하고 있는 게 현재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가 국민적 단합을 이뤄내기보다는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국론 분열을 자극하는 모양새이다 보니 미국의 이런 혼란과 위기가 꼭 남의 나라 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