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교부 본부에 보고도 없이 가해자 사표만 받고 사실상 문제를 덮으려 했던 주나이지리아 공관 성추행 사건, 저희가 이달 초에 전해드렸습니다. 당시 외교부 해명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자체 종결했다는 것이었는데, 저희가 피해자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상황은 좀 달랐습니다.
김혜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한국인 행정직원의 현지인 성추행 사건.
본부 보고 없이 행정직원이 자진 퇴사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데 대해 외교부는 국회에서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강경화/외교부 장관 (지난 7일, 국정감사) : 피해자가 더이상의 처벌이나 조사를 희망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피해자에게 전화로 확인해봤더니, 피해자는 처벌이나 조사와 관련한 대사관 연락 자체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나이지리아 성추행 피해자 : 그들은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대사관에선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영사는 제가 대사관을 떠날 때 명함을 줬습니다.]
가해자가 처벌받을 것이라는 대사관 직원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것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나이지리아 성추행 피해자 : (대사관 측은) 가해자 A 씨를 처벌할 거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게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아무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는지 외교부와 현지 공관에 거듭 따져 물었습니다.
이인태 대사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도 공관장 재량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외교부는 뒤늦게 피해자 측과 접촉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태규/국민의당 의원 :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 모두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부의 도덕성과 근무 기강이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해외 공관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는 것도 문제지만 진상 규명, 재발 방지와는 거리가 먼 외교부의 일 처리 방식이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하 륭, 영상편집 : 박정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