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2년 전부터 입법이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 21대 국회에선 가능할지, 전병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비동의 강간죄 법안'의 핵심은 분명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스 민즈 예스' 원칙, 즉 '예스'라고 말해야 동의한 거라는 뜻인데, 현행 형법은 저항이 불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을 때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류호정/정의당 의원 : 그런데 이 폭행과 협박조차도 현저히 저항이 불가능한 경우만을 인정하고 있어서 기존의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노 민즈 노' 원칙, 즉 '노'라고 말했는데도 성관계를 맺을 경우 처벌 대상으로 삼는 '비동의 간음죄 법안'을 냈습니다.
2년 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은 "거부 의사를 표했거나 명시적인 동의 의사가 없는데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지 여부는 입법 정책적 문제"라고 판결문에 적기도 했습니다.
영국·독일·스웨덴 등이 동의 여부를 성폭행 구성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법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대 국회 때는 비동의 간음죄 법안이 10개나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습니다.
법원이 '동의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지, 무고나 과잉 처벌이 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사법적 과제들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윤재만/대구대 법대 교수 : 상대방이 고소하기 전까진 자기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 수 없어요. 그러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법률이 되는 거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을 입법인 만큼 의원들은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데, 결국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가 입법의 가장 큰 변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