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물러난 것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김 장관이 좋은 의미로 사고를 치는 것을 기대했는데 과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망스러웠다는 것이 여권의 평가입니다. 김연철 장관은 이임사에서 통일부가 가진 권한에 비해 짐은 너무 무거웠다고 했습니다.
우선 김아영 기자 리포트 보시고, 이야기 더 이어 가보겠습니다.
<기자>
남북회담 한번 못해 보고 1년 2개월 만에 퇴장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비판과 질책을 안고 가겠다면서도 이런 이임사를 남겼습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 :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통일부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말에서는 대북정책 주도할 권한이 통일부에 있기는 했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그동안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진보 학자 출신인 김 장관이 관료들과 다른 과감한 행동으로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른바 '사고를 치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고 미흡하다는 불만,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공개적 책임론까지 나왔습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지난 16일) :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직무에 임했어야 하는데, (통일부는) 없는 부처 같다….]
[김영주/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지난 16일) : (대북전단 대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실제 인도적 대북 지원조차 통일부가 속도감 있게 풀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정책까지 청와대 안보실과 국정원이 주도하는 현재 의사결정 구조에서 통일부 역할은 제한적이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틀 전 사의를 표명하면서 김 장관이 자신의 심정을 담았다고 한 지난 6·15 행사 발언은 이렇습니다.
[김연철/통일부 장관 (지난 15일) :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입니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반드시 새겨야 할 원칙입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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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아영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Q. "사대가 아니라 자주" 발언 뜻은?
[김아영 기자 : 여당 6·15 행사 축사에서 나온 발언이었는데요, 이때 이미 사의 표명은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사대가 아니라 자주라고 언급한 것이 의미심장한 것 같은데요, 이 사대라고 한 것은 한미동맹 중심의 접근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한 것이고요, 자주는 남북 관계 중심의 접근법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외교관이 많은 청와대 안보실을 중심으로 대북정책이 결정돼 온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Q. '새 대북 전략·인사' 주장 왜 나오나?
[김아영 기자 : 현 정부 들어서 한반도 정책을 이끌어온 건 사실상 투톱 체제였어요, 2년 전 워싱턴으로 돌아가 보죠. 대북특사에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두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습니다. 이후 북미 정상이 결단하는 톱다운 방식 모색이 지속이 됐습니다만, 결국 지난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잖아요. 이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는 나아가지 못했고 또 최근에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죠.
새 정부 들어서 추진했던 한반도 전략과 이것을 주도했던 인사들에 대해서 북한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특히 이번에 청와대가 6·15 특사 보낸다고 한 것이 이 투톱이었잖아요. 북한이 정면에서 걷어찼습니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가 전과는 확연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이제는 전략과 인사에 대해서 새롭게 다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Q. 北 반응 따라 대응할 수는 없는데?
[김아영 기자 : 물론 북한이 몽니 부릴 때마다 이것을 대북전략을 계속해서 바꾼다거나 그것은 안 됩니다. 우리 대북전략이 북한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은 북한에게도 나쁜 학습 효과를 줄 겁니다. 다만 남북 관계가 지금은 매우 위태롭습니다. 미국이 11월 대선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러니까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넘어서는 대북전략, 인사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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