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승객을 추행한 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택시기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피해자 진술을 진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령의 남성 택시기사 A 씨는 2018년 3월 대전 유성구에서 여대생 B 씨를 택시에 태워 목적지인 대학 기숙사 인근에 도착한 이후 B 씨를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습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이헌숙 판사는 피해자가 대체로 범죄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점, 피해자 승하차 장소와 피고인 운행 택시 위성항법 시스템(GPS) 기록이 같은 점, 피고인이 사건 당시 택시를 운행했던 점 등에 비춰 유죄로 인정하고 A 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공판 내내 "피해자를 택시에 태운 기억이 없는 데다 승객을 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한 A 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고, 검찰 역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윤성묵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당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그 가해자가 곧바로 피고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피해자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성추행범 인상착의나 얼굴 등이 피고인과는 다르다"며 "피해자가 택시에 탄 위치도 수사 보고서와 피해자 지인 진술에 한 블록, 150m가량 차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는 택시 차종이나 색깔 역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이 사건 무렵 피해자 이동 경로와 유사하게 택시를 운행했지만, 그 승객이 곧바로 피해자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학기 초여서 많은 대학생이 일대 주점에서 기숙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게 빈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