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사기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등에 대한 상고심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 네이버TV, 페이스북 라이브,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영남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 화가 송 모 씨에게 총 200~300점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해 1억 60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2016년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유죄를 2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인터뷰 영상 및 여러 그림들을 증거로 내세웠다. 검찰은 "조영남은 세부적으로 그림을 그리라고 직접 지시, 감독하지 않았고 대작 화가가 독자적인 판단하에 독립적인 그림을 그렸을 뿐이다"라며 "조영남은 완성품의 일부분만 덧칠 등으로 수정하고 지시 역시 문자메시지 등으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조영남이 조수를 차용한 것이 아닌 대작을 시켰다는 점과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림을 판매했다는 점, 일부 피해자가 조영남이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설명하며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의 변호인 측은 대작이 아닌 조영남이 조수를 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수들의 행위에 창작성이 없었다."며 "피고 고유의 사상과 참신함이 담겨있고, 피고인이 조수들에 구체적인 지시로 완성된 작품이기에 저작권은 피고인에게 있다. 또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미술계 관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후 변론에서 조영남은 "먼저 지난 5년 동안 이런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라고 운을 뗐다.
화투를 소재로 한 자신의 작품 세계에 관해서는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이 콜라병을 있는 그대로 그려 성공한 것에서 착안했다. 대중의 놀이기구인 화투에서 착안해서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업 방식은 방송을 통해 공개할 정도로 투명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세밀한 화투를 그리며 조수도 기용했고,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틈틈이 TV로도 보여줬다. 그건 내 작업 방식을 누구에게나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림을 잘 그렸느냐 못 그렸느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사진 기술 등장 훨씬 전 옛날 미술 개념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후 변론 말미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영남은 "지난 5년 동안 내 사건을 통해 느낀 것은 대한민국 법 체계가 완벽하다는 거다. 나는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예술가가 되겠다. 대법관님들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지었다.
이어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 보다. 부디 내 결백을 가려달라"며 원심 확정을 호소했다.
<사진 = 백승철 기자>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