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임시 휴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요청'입니다. 이 요청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가 현지의 상황을 반영해 휴교를 시행할지, 한다면 언제부터로 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아베 총리가 어제 오후 갑작스럽게 '휴교 요청'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본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모습입니다. 이미 홋카이도와 지바 현 이치가와 시 등은 감염 확산에 따라 자체 휴교에 돌입한 곳도 있지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자체 등에서는 정부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만약 휴교에 돌입할 경우 예상되는 보육 문제 등 사회적 영향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저마다 급하게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시급한 문제에 의한 요청이므로 이를 지자체(교육위원회)가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겠지만, 당장 이번 주말이 지나면 정부가 요청한 휴교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결정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는 말 그대로 '깜짝' 놀랐습니다. 26일 열린 국회(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의 올림픽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하시모토 올림픽 담당상은 "(딕 파운드 위원의 발언은) IOC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고, 개최도시 도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도 "위원 개인의 견해일 뿐이다. IOC의 담당자로부터는 잘 준비하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그렇잖아도 코로나19 대응에 정신을 쏟고 있는 판국에 올림픽 개최 여부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주요 언론들도 딕 파운드 IOC 위원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그가 IOC 내부에서 갖는 위상으로 볼 때 발언이 '실현'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일본 내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석은 이런 내용입니다.
딕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의 '비즈니스화(化)'에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이력이 있다. 1978년에 IOC 위원이 된 이후 사마란치 전 위원장과 발맞춰 IOC 마케팅 위원장을 역임했다. IOC 위원 가운데 최고참 축에 들어 각국 위원들과의 안면도 있다. 특히 그가 열심히 추진한 것이, 미국의 거대 TV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 도쿄 올림픽의 개최에 먹구름을 불러오는 발언을 한 것은 '코로나19 봉쇄에 실패해서 올림픽이 중지된다면 중계권료를 내지 않겠다'는 미국 미디어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다.
익명의 '스포츠 전문 기자'를 인용한 분석이지만, 올림픽이 거대한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딕 파운드 위원은 세계의 IOC 위원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지금 바흐 위원장 체제에서는 다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가 확산하는 시점에서 올림픽에 뭔가 '경계'의 의미를 담은 발언을 함으로써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본인의 발언이 IOC 내부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딕 파운드 IOC 위원의 발언 이면에 숨어있는 의도는 본인이 아니면 정확하게 알기 어렵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발언이 일본 정부에게 코로나19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명령'으로 작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이 발언 이후 (공교롭게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급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로서 '도쿄 올림픽 중지·연기론'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일단 봉합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전제에는 일본이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과제가 깔려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의심 환자의 병원 검진 기준을 일반인의 경우 '4일 이상 37.5도 이상 발열, 기침이 계속되는 경우'로 다소 높게 잡고, 경증 환자의 경우 '자택 대기'를 통해 사실상 '스스로 이겨내라'로 해석되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미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확진자 숫자를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조치가 다분히 올림픽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심'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사회적 에너지가 투입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전에 일본 국민은 물론 올림픽 참가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