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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대통령, 격렬 시위에 '백기'…유류 보조금 폐지 철회

에콰도르 대통령, 격렬 시위에 '백기'…유류 보조금 폐지 철회
에콰도르를 열흘 넘게 뒤흔든 반(反)정부 시위가 정부와 시위대의 협상 타결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정책 후퇴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원주민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에 결국 유류 보조금 폐지를 철회하며 백기를 들었다.

13일(현지시간) 모레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과 시위를 주도한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 지도자들은 유엔과 가톨릭의 중재로 4시간가량의 협상을 마치고 밤늦게 공동 성명을 통해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촉발한 유류 보조금 폐지 결정을 철회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주민 단체는 시위 종료를 약속했다.

양측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나라의 평화를 회복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위대는 정부 지출은 줄이고 세입은 늘려 에콰도르의 재정적자와 공공 부채 규모를 줄일 대책도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에콰도르를 전쟁터로 만들었던 11일간의 시위는 끝나게 됐다.

이번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3일 모레노 대통령의 유류 보조금 철회였다.

좌파 후보로 당선됐으나 취임 이후 우파 경제정책을 펼쳐온 모레노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42억 달러(약 5조원)의 금융지원을 받고 긴축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일환으로 이달 초 경제개혁안을 내놨는데 그중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유류 보조금 폐지가 특히 반발을 불러왔다.

유류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대중교통 노조가 시작한 반대 시위에 원주민 단체가 가세하며 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졌다.

11일간의 시위로 모두 7명이 숨지고 1천349명이 다쳤으며, 1천152명이 연행됐다고 에콰도르 당국은 밝혔다.

일부 시위대의 유정 점거와 도로 봉쇄로 석유 생산과 유통에도 차질이 생겼고, 정부는 최대도시 과야킬로 정부 기능을 일시 이전하기도 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시위 초반부터 강경한 대응을 고수했다.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해 군 통제를 강화했고, 시위가 격화한 지난 12일엔 수도 키토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과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이 조정하는 쿠데타 시도라고 주장하며, 정책 철회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원주민 단체 역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시위를 이어가 에콰도르가 출구 없는 혼돈에 빠지면서 결국 모레노 대통령이 무릎을 꿇게 됐다.

이날 유류 보조금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민중의 승리"에 환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에콰도르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에콰도르 원주민들은 과거 반정부 시위로 세 차례 정부를 무너뜨린 '전투력'을 이번에도 과시했다.

아추아르족 원주민들이 쓰는 머리 장식물과 화장을 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온 CONAIE의 하이메 바르가스 대표는 합의가 이뤄진 뒤 모레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에콰도르 원주민의 처우 개선도 촉구했다.

그는 "이 나라의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평화가 깃들길 원한다"며 "더 이상의 억압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CONAIE는 원주민들에게 승리를 자축한 후 다 함께 거리를 청소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모레노 대통령으로부터 시위의 배후로 의심받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에콰도르 국민이 IMF를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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