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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테스트를 맹신해왔던 조는 결과에 대한 반감으로 용기를 낸다. 콜에게 자신의 숨겨뒀던 마음을 고백한다.
"조, 사실 당신은 내가 만든 로봇이야."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인공지능 로봇 만은 아닐 것이다. 캐릭터의 이름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영화에서 '조'(Zoe)는 사랑의 다른 이름처럼 쓰이고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떠오르는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2014년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그녀'(Her)다.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관계의 본질까지 꿰뚫은 수작이다.
영화를 연출한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사랑은 절대적인 화두다. 2015년 발표한 영화 '이퀄스'에서는 미래 사회의 감정통제구역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금기된 사랑을 그렸고, 2017년 개봉한 '뉴니스'에서는 데이팅 앱으로 만난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다자 연애에 관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도리머스 감독은 유일하거나 영원한 사랑은 없고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불신 하는 시선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의 고귀함과 숭고함일 것이다.
'조'가 선택한 결말도 뻔하고 순진하다. 그러나, 어쩌면, 이 영화가 그려낸 근미래가 도래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심이 들었다. 사랑의 알약을 먹어야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메마른 세상 말이다. 그래서일까. 머리로는 동의할 수 없는 이 결말이 가슴으로는 와 닿았다.
관계는 쉽고, 이별은 흔하며, 사랑은 귀한 세상이다. 가짜 인간이 보여주는 진짜 사랑 그리고 그 영속성에 마음이 동했다. 콜을 부르는 조의 목소리가, 조를 부르는 콜의 목소리가 남의 것 같지 않아 귓가에 내내 맴돌았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