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자신이 지휘할 청와대 비서실의 3대 원칙으로 '성과·경청·규율'을 제시했습니다.
임기 첫날인 이날 청와대 전 직원에게 발송한 서신을 통해서 입니다.
해가 바뀌고 청와대 비서진도 개편된 만큼, 문 대통령의 집권 중반 구상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또 지난 연말부터 공직기강 해이 사태와 특별감찰반 논란 등으로 청와대 안팎이 어수선해진 가운데, 직원들이 마음을 다잡고 분위기를 일신할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읽힙니다.
노 실장은 서신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내는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연초부터 경제·민생 정책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비서진도 이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점을 환기한 셈입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노 실장을 만나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이번 비서진 업무의 초점을 경제 정책에 맞춰달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노 실장은 또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별히 당부드릴 것은 국민과의 소통·홍보"라고 발언한 점을 의식한 주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노 실장은 "제 방의 문은 언제든지 활짝 열려 있다"며 자신부터 청와대 내 소통 활성화에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번 서신에서 노 실장이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며 "사무실마다 벽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 문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당부한 점도 눈에 띕니다.
노 실장은 전날 인사발표 브리핑 후에도 이 글귀를 언급하며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 이상 공직기강 해이 사태가 벌어져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저하된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입니다.
한편 노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 후 첫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노 실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비서실장직을 수행하는 데 걱정이 많다"며 "어젯밤에 세 시간 밖에 못 잤다"고 언급하는 등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서실장 내정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도 서너 시간밖에 못 잤다"며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 많이 도와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신일철주금 압류 승인 문제, 연간 고용동향 발표,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심석희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로 고소한 일 등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노 실장은 회의 후에는 여민관에 있는 모든 비서관실을 방문, 청와대 전 직원과 악수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전체 직원 숫자가 400명이 넘으니, 결국 400여명과 악수한 셈"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노 실장을 수행한 행정관은 "만보행군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통해 걸어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