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진그룹은 이명희 씨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해 긴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간 "회사 밖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확인이 어렵다"는 해명을 반복하던 회사 측이 본격 이 씨를 방어하고 나선 것입니다. 문구는 이 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이 조율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서 펼칠 본인의 방어 논리를 미리 선보인 셈이죠.
그중 한 가지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이 씨 측은 이 씨가 그룹 내 직책이 없는데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업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양호 회장의 지시로 컨설턴트 자격으로 호텔 정원 관련 사항을 점검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호텔 직원들과 공사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 씨가 단순 '컨설턴트' 이상이었음을 증명합니다.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호텔 외부 얕은 연못 형태의 수(水)공간을 설명한 대목을 볼까요.
옥외 조경을 설명하는 장(章)에도 Mrs.DDY가 등장합니다.
건물 설계도와 조감도 등 전문적인 내용이 빼곡한 건설기록지에 낯 뜨거운 사주 부인 찬양이 이어졌던 겁니다.
이명희 씨는 호텔 인테리어와 조경 등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컨설턴트'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증언합니다. 제보자가 전하는 일화 한 토막입니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인천 영종도에 칼호텔(현 하얏트 이스트) 현장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호텔의 2층 야외 공간은 부인(이명희씨)의 의견이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이 되었습니다. 거의 그 사람 마음대로 호텔 설계가 변경되었습니다. 그 당시 조 회장 부인의 지시로 2층 옥외 조경에 해외에서 수입한 각종 야생화를 심었습니다.
한 번은 부인이 옥외 정원 조성 현장을 방문하였는데 (그 당시에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대한항공 직원은 물론이고 시공사와 협력사 관계자까지 홀대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소리 지르고 잘리고 싶으냐고 협박하고…) 마침 폭우가 쏟아진 것입니다. 그때 모두 2층 옥상을 시찰하고 있었는데 자기 지시로 심은 야생화 정원에 배수가 잘 되질 않자 "왜 이렇게 배수가 좋지 않느냐"고 협력사 조경 시공소장에게 물었습니다. 소장이 답변을 잘 못하자 갑자기 신발을 벗고 물이 차 있는 정원 안으로 들어가 야생화를 막 뽑아서 사방에 집어 던지면서 소리 지르고 욕하고 난리를 피워 모두가 경악했습니다. 아니 늘 있는 일이라 그냥 또 재수 없는 날이구나 했죠."
네이버 국어사전은 '컨설턴트'를 "기업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의견이나 조언을 말하여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제보자들이 증언하는 이 씨의 행태는 '컨설턴트'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그냥 '갑질'이었습니다. 하긴 이 씨는 해명 자료에서 직원들에 대한 폭언조차도 '제안' '조언'이라고 했다지요.
이 씨는 조만간 경찰과 관세청 소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씨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서 국민들과 한진그룹 직원들 앞에 정중히 사과하시라고. 이 씨에게 '조언'도 하고 싶습니다. 처벌을 피하려고 꼼수를 쓰기보다, 도 넘은 갑질과 폭언, 폭행 등 행위의 죗값을 달게 치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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