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선 김 장관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이미 재건축 기한 연장의 시장 영향을 가늠하는 해설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강남 집값 평균이 계속 오름세인데다, 새해 들어선 특히 서울 송파구, 양천구를 비롯한 재건축 예정단지의 호가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이러다 재건축 연한 늘리는거 아냐?"라는 식의 얘기가 전문가들과 중개사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인이든, 인정이든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한 정부의 언급이 나오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였던 셈이다.
● '재건축 연한. 안전기준 강화' 정부 공식발표는 언제?
여전히 의문인 것은 김 장관 발언이 나온 이후, 국토부나 정부 차원의 부가적인 공식적 언급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실무 부서에서 해당 정책의 시나리오가 정립되고, 그 안이 상당히 검토, 구체화된 뒤에 장관의 시사성 발언이 나오고, 다시 실무 차원의 공식 발표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당장 이번 주말을 지나고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양상은, 정부가 장관의 언급 후 며칠동안 시장의 반응과 전망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의 발표 흐름이 대체로 이랬다. 꼭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여론의 방향을 최대한 예측하고 정책을 공식화하는 것은 정책입안자 입장에선 최선의 노력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단 정부의 정책 구상과 집행에 자신감이 떨어져있다는 느낌을 준다. '재건축 연한 연장'이란 정책이 이런 절차를 거쳐야할 정도의 중대 방향전환인가? 라는 식의 의문도 던진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여론의 반응에 따라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개인적 생각을 밝힌 정도'라며, 이후에 구체화된 입장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정도의 스탠스를 원했던 모양이다.
● "과열지역 안정에 즉시 효과" vs "다른 곳으로 수요 옮겨갈 것"
지난 목요일(18일),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고,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재건축 단지의 시세 위축 같은 충격요법 성격의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도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안전진단 전 단계의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정부의 의도가 어느 정도 통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충분한 시중의 여유자금에 이미 재건축 승인이 났거나, 준공 후 40년이 지난 아파트의 시세가 오르는 풍선효과 비슷한 것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은 그 반대이다.
● '문제는 공급부족' 의견은 정부 비판이 아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말처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의 연초 상승세는 재건축 단지의 과열이 상당한 영향을 줬지만, 그것만이 요인은 또 아닐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문제를 꼽자면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강남 등 인기지역에 여전한 수요와 여기에 더해진 투기과열'이다. 이것은 '입지조건이 좋은 한정된 지역의 한정된 주택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높은 보유자산'이고,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주택공급이 한정돼있다는 부동산 시장의 기본 구도를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8.2대책에 이은 정부의 일련의 부동산규제 정책들이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신DTI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 등 봄이 되서야 본격적인 효과를 낼 중요 대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정부는 집권초기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면서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갭투자란 단어로 상징되는 '다주택자의 투기수요'에 집중했던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평가를 얻는데 집착하고 있는 듯한 안쓰러움을 느낀다. 결론적으로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춰갈 수 있다. '문제는 공급부족'이라는 비판적 평가와 '문제는 다주택자'라는 출발점은 사실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명분이 단단하고 명분을 중시하는 정부지만, 그렇다고 실무적 정책도 명분에만 집착해선 안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상황이 변했다면 자신있게 다시 거기에 맞는 후속 정책을 펴가면 된다. 강남의 주택 공급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에 너무 정색하고, 정책의 유연성과 전환의 운신공간을 스스로 버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