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연속 4년 간 벼농사 풍년이 든 데다 올해 역시 풍작이 예상되고 있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게 요즘 농촌 현실이죠.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농지 10a(아르)당 쌀 생산량이 올해 추정 530킬로그램으로 작년 539킬로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평년치 522킬로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은 양입니다.
이렇게 쌀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9월 28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2017년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내놨습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매입하는 물량을 크게 늘린다는 게 핵심입니다. 생산량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적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공비축미와 시장 격리 등 정부 매입량을 72만 톤으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69만 톤보다 3만 톤 늘린 양입니다. 공공비축미란 식량안보 차원에서 유사시를 대비해 정부가 보유하는 쌀로, 올해의 경우 35만 톤을 매입할 계획입니다. 시장격리 물량은 올해 37만 톤으로 결정됐는데, 공공비축미와 별도로 쌀값 안정을 위해 쌓아두는 물량입니다. 시장격리 물량 37만 톤의 경우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합니다. 이 둘을 합쳐 72만 톤을 매입하기로 한 건데, 여기에 약 1조 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렇다면 이로써 쌀생산 과잉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해마다 쌀소비가 줄어 올해 1인 당 쌀 소비량이 61킬로그램에 불과해 1980년의 46%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8월말 기준 정부 재고량은 206만 톤에 달하고 있습니다. 북한 원조용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나마 수급 안정에 큰 도움일 될 수 있겠지만 최근 악화일로를 걷는 북의 무력 도발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쌀 생산 감축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시급합니다. 일단 새 정부는 내년부터 2년 간 한시적인 생산조정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벼농사 대신 콩이나 사료용 벼 등 타 작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면적 당 보조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대책이긴 한데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두 차례 실시했던 사례에서 나타났 듯 한시적 생산조정 이후에 다시 농민들이 벼농사로 돌아올 경우 정부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한 채 과거와 같은 쌀생산 과잉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생산조정제가 진행되는 2년 간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핵심은 직불금 제도 개편과 전작보상제 등 타작물로의 전환 유도입니다. 직불금 제도는 그동안 국민 주식인 쌀을 낮은 가격에 공급해온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큰 축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면적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 직불금 외에 쌀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까지 도입되다보니 농민들로썬 생산량 조절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변동직불금은 생산과잉의 악순환을 부르는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더불어 벼농사 면적을 줄이기 위한 타작물로의 전환도 꼭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전작 보상제나 기타작물에 대한 직불금 도입 등이 구체적인 해법으로 꼽힙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소비를 늘리기 위한 촉진책도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소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생산 측면에서의 근본적 개선책 마련은 필수적입니다. 재정은 재정대로 퍼붓고 매번 미봉책에 급급한 반쪽짜리 대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