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이는 함께 온 아가씨와 혼인을 했어요. 그러고는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 뒤로는 마을에 무서운 호랑이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어요.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답니다."
병원의 의료과실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의 미발표작이자 유작인 동화 '금강산 호랑이'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출판사 길벗어린이가 펴낸 '금강산 호랑이'는 호랑이에게 아버지를 잃은 아이의 효심과 성장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여러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 전래동화를 새롭게 썼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 받는 유복이는 금강산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 이야기를 들은 이후 몸이 커질수록 분노와 고통,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커진다.
마침내 금강산으로 떠난 유복이는 시험하는 산신 할머니를 물리치면서 마음 속 고통을 조금씩 덜어낸다.
드디어 만난 금강산 호랑이는 압도적이다.
눈 깜짝할 사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유복이. 호랑이 뱃속에서 만난 아가씨의 도움으로 호랑이를 죽이고 아버지 유골을 되찾는다.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고 어른으로 자라 아가씨와 결혼하는 유복이 이야기는 평생 아픈 몸으로 살다가 떠난 작가의 꿈과도 같다.
권정생은 유언장에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라고 썼다.
그림은 줄곧 무겁고 어두웠다가 유복이가 결혼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그림책 작가 정승각이 '강아지똥', '오소리네 집 꽃밭', '황소 아저씨' 등에 이어 다시 한 번 권정생 작품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책 '금강산 호랑이'는 일본에서도 동시에 출간됐다. 60쪽. 1만6천 원.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