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는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승무, 장구춤, 흥타령 등을 통해 장녹수의 예인으로서의 삶과 감정을 표현했다. 이하늬는 연산군 곁에서 표독스러운 희대의 악녀로만 그려질 수 있던 장녹수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강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이하늬는 장녹수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녹수를 희대의 요부, 3대 요부라고 하는데요. 장녹수에 대한 사료가 굉장히 없었어요. 이를테면 ‘치맛단을 밟아서 뺨을 때렸다’는 내용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장녹수의 단면이 있을 텐데요. 저는 예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악기를 다룬다는 점을 굉장히 성스럽게 여겨요. 그런 면에서 ‘장녹수의 치맛단도 어쩌면 그런 느낌은 아니었을까’하는 상상을 하며 연기를 했어요.”
그럼에도 이하늬는 장녹수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연기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뤄냈다고 자신했다. ‘역적’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하늬가 연산에게 “임금의 여자답게 가겠다”며 절을 하는 장면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들었다. 대성통곡을 3번 정도 하다 보니 눈에 실핏줄이 다 터져나갔다. “모든 걸 쏟아냈다.”는 느낌에 배우로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데뷔 때에는 그런 편견 아닌 편견들이 진짜 많았어요. ‘네가 뭘 할 줄 알겠니?’라는 말부터 한 카메라 감독님은 ‘너 이 일 왜 하려고 하니? 일해봤자 팔자만 드세진다’며 ‘시집이나 가라’라고 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내가 가진 배고픔과 갈증, 굶주림은 궁금하지가 않은가란 생각을 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서 더 연기적으로 토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미스코리아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내면의 가능성보다는 겉껍질들이나 저의 환경들에 더 집중해주실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마음이 아픈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이하늬가 진짜 뭘 가지고 있는지 속에 있는 ‘골자’들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 제가 가진 가능성들을 하나씩 증명해내는 게 저에게 남은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