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 하지만 OECD가 분석한 삶의 질은 거꾸로 달리고 있습니다. 36개 국가 중 노동시간은 두 번째로 길고, '일과 삶의 균형 지수'는 끝에서 세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 노동시간이 더 길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으며, 연간 노동시간이 2천 시간을 넘는 나라는 멕시코와 우리나라, 그리스뿐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정부는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며, 연간 노동시간을 2020년까지 1천8백 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 사회의 노동시간은 더 길어졌을 뿐입니다. 당시 2,100시간이던 연평균 노동시간에서 173시간, 일주일이 넘는 시간만큼 더 일하게 된 겁니다.
■ 아빠들은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사이, 직장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워킹맘'은 물론이고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아빠'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15일 방송돼 화제가 된 SBS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아빠의 전쟁 3부작>에서는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정작 자식들에게 환대받지 못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한 달간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디너테이블 프로젝트' 실험에서 아빠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밥만 겨우 한술 뜨고 다시 직장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서글프다는 반응을 보냈습니다.
■ '좋은 아빠 DNA'는 없다…'나쁜 아빠' 만드는 사회가 문제
방송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해봤습니다. 한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하겠다고 이야기할 때 나오는 상사들의 솔직한 반응을 살펴본 겁니다. 역시나 반응은 싸늘했죠.
'좋은 아빠 DNA'는 따로 없다고 합니다. 좋은 아빠를 만드는 것도 나쁜 아빠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회'인 거죠.
전문가들은 노동시간은 단순하게 개인의 삶의 질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체 휴일을 하듯 여가 생활이 늘어나니 내수를 진작시킬 방안이기도 하고,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실패했다면, 정부는 가능한 정책수단을 구체화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