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교수는 2015년 1학기 자신이 담당한 'K-MOOC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에서 정 씨가 제대로 출석을 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학점을 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기말고사 당시 독일 체류 중이었던 정 씨의 시험 답안지를 조교에게 대신 써주도록 협박했다는 혐의(업무방해)까지 받고 있습니다.
류 교수는 대중 사이에서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입니다. 소설 <영원한 제국>을 비롯해 화제작을 몰고 다닌 문단계의 스타였기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은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한때 '천재'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가 어쩌다가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 걸까요?
■ <영원한 제국>의 '천재' 이인화
바로 다음 해인 93년 발표된 역사추리소설 <영원한 제국>은 류 교수를 단숨에 유명 작가로 만들어줬습니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의 독살설을 소재로 한 <영원한 제국>은 정조가 사망한 1800년 1월 19일 새벽부터 20일 새벽까지 창덕궁 규장각에서 발생한 일들을 풀어낸 이른바 '팩션(faction, 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199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100만 부가 넘게 팔린 것은 물론, 영어·일본어 등 8개 국어로 번역됐고, 배우 안성기 씨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대중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부른 작품입니다.
그가 이 책을 집필했을 당시 20대여서 당시 류 교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류 교수는 이 같은 명성을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인 1995년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로 초빙되며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후에도 류 교수는 제24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시인의 별>을 비롯해 <초원의 향기>, <인간의 길>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의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습니다.
■ 기행을 몰고 다닌 이인화
하지만 류 교수는 유명한 작가였으나 훌륭한 작가는 되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한국형 역사추리소설의 새 장을 열었다'는 문단의 찬사를 받는 동시에 국가주의적 역사관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작 <영원한 제국>에서는 "모든 나라는 절대주의 국가를 거친다"며 절대적 왕권정치를 옹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이 필연적이었다는 역사인식을 드러내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류 교수는 또 '셀프 평론'으로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데뷔작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에 류철균이라는 본명으로 평론해 자기 작품에 대해 '스스로 평론'을 하며 구설에 오른 겁니다.
여기에 이 소설은 공지영과 무라카미 하루키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표절 논란에 류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혼성모방'이라고 항변해 더욱 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표절 시비는 한동안 잠잠하다가 재작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 국면에서 신 씨의 남편인 문학평론가 남진우 씨가 언급하며 재차 불거졌습니다.
류 교수에게는 '언어적 성폭력 논란'도 있었습니다. 과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케이무크(K-Mooc) 동영상 강의 도중에 "나쁜 놈을 만나 강간을 당하는 경우가 벌어지더라도 요즘 여성들이 그런 일 좀 겪는다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 겁니다.
■ 최순실의 오래된 측근? 소설가 이인화의 출세와 몰락
논란을 빚던 류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갑자기 소설가이자 게임 스토리텔링 전문가, 대학교수 등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류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함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또 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출범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를 지내면서 문화계 인사로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류 교수가 최 씨와 인연이 깊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금방 발목이 잡혔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며 이화여대에서 정유라 씨에 대한 입시 및 학사 특혜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고, 이어 류 교수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지난달 31일 류 교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긴급체포된 것으로 볼 때 특검팀은 류 교수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류 씨는 특검 조사과정에서 "최순실을 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때 '천재 소설가'로 불리다 '논란의 소설가'가 됐고, 이어 정부도 '모시는' 교수가 됐다가 결국 체포된 류 씨의 추락.
그의 책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또 다시 씁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